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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코로나 치료제 나오는데…우리는 언제?

  • 2021.11.11(목) 08:52

화이자 등 경구용 치료제 출시 임박
국내도 개발 중…유의미한 결과는 아직
"효과 증명‧부작용 개선 시 시장성 충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출시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업체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대웅제약, 신풍제약 등이 현재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구용 치료제가 출시되면 국내 기업들의 관련 시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구용 치료제, '게임체인저'로 부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코로나 정복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최근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임상2/3상 중간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억제하는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 계열의 치료제다.

화이자에 따르면 증상이 일어난지 사흘 내 치료약을 투여했을 경우 입원·사망 확률이 8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나타난 후 닷새 안에 약을 복용하면 입원·사망 확률이 85%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이자는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미국 제약기업 머크(MSD)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세계 최초로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조건부 사용을 승인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암호 오류를 유도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머크는 "임상 결과 증상 발현 닷새 내에 몰누피라비르를 투여하면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었다"고 밝혔다. FDA는 이달 말 몰누피라비르의 긴급 사용 승인을 검토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40만4000명분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확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는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20만명분과 팍스로비드 7만명분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의 구매 역시 MSD, 화이자, 로슈 등과 협의 중이다.

국내 기업들에게는 '빨간불'

반면 국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던 국내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들이 임상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 종근당과 신풍제약은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두 기업 모두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임상3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의 경우 국내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파벨탄은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신풍제약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3상에 돌입했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피라맥스의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았고 지난달 첫 번째 임상3상 환자 등록을 마쳤다. 피라맥스 역시 임상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임상3상을 추가로 진행해 피라맥스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의 임상3상 진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7월 경구용 코비블록 임상2b상 탑라인(초기결과)을 발표했다. 임상2b상 결과 임상적 증상 개선까지 위약군은 8일, 코비블록 투여군은 7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증 환자의 경우엔 일부 증상의 개선 시간을 단축했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임상3상에 진입하더라도 제품 개발과 승인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의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유럽의약품청(EMA)과 불가리아 허가당국으로부터 임상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앞선 지난 9월 진원생명과학은 식약처로부터 GLS-1027의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GLS-1027을 투약해 코로나19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중증 폐렴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국산 치료제, 앞날은?

업계에선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부작용 문제가 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임상 참여자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또 해외에서 임상 대상자 모집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구용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경우 후발 주자인 국내 업체들의 시장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MSD와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임상 결과 발표 이후 국내 개발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반면 국내 기업에도 여전히 기회는 있다는 시각도 있다.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의 가격이 높은 데다 부작용 이슈가 있어서다. MSD는 몰누피라비르의 가격을 700달러(약 80만원)로 책정했다. 팍스로비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또 팍스로비드 투여 환자의 20%가 이상 현상을, 몰누피라비르도 투여 환자의 12%가 치료제와 관련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내 업체들이 이 틈새를 노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치료제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나 부작용 등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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