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치과 의료기기 전문그룹 신흥의 2세 경영자의 행보가 묘하다. 아들 3형제가 주인인 개인회사를 지렛대 삼아 지배기반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대(代)물림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도 갖는 한마디로 ‘이중포석’이다.

8일 ㈜신흥에 따르면 주주사인 디브이몰은 지난 3일 ㈜신흥 지분을 2.03%로 확대했다. 올해 5월초 주주로 처음 등장한지 7개월 만이다.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투자한 자금도 대략 28억원에 이른다.
디브이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것은 2세 경영자인 이용익(66) 현 ㈜신흥 대표의 우호지분 확충과 더 나아가 3세 승계를 위한 기반 조성이라는 효과를 갖고 있어서다.
중견그룹 신흥은 치과 의료기기·재료 제조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1955년 이영규(92) 회장이 창업한 ‘신흥치과재료상회’(1964년 ‘신흥치과산업’ 법인 전환)로 출발했다. 현 주력사인 ㈜신흥이다. 계열·관계사수만 해도 12개사에 이른다.
2세 경영체제가 시작된 지는 한참 됐다. 창업주의 차남인 이 대표가 숙부인 이동규(80)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모태기업인 ㈜신흥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게 1998년 9월의 일이다.
반면 차남이 경영실권을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창업주의 후계구도는 여태껏 명확히 가르마가 타진 상태가 아니다. 창업주가 변함없이 회장직을 유지하며 ㈜신흥 사내 등기임원으로 있는 가운데 장남 이용현(70) 부회장 또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서다.
지분구조 또한 이를 반영한다. ㈜신흥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77.5%다. 오너 일가 17명 74.12%, 4개 계열 주주사 및 소속 재단 3.39%다. 최대주주는 이 대표다. 개인 지분이 20.98%다. 형인 이 부회장 10.87% 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다만 이 창업주의 지분도 13.20%로 꽤 된다. 부인 김양순(88)씨 5.08%를 합하면 18.28%다. 숙부 이 전 대표(5.83%), 매형 박길삼(80)씨(5.83%) 등 친족들의 지분도 적잖다. 창업주 및 친족들의 지분이 2세 경영권 승계에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디브이몰의 등장이 심삼치 않아 보이는 것은 신흥의 이런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 디브이몰이 이 대표의 세 아들 이재민(36), 이상민(34), 이남곤(31)씨 지배 아래 있어서다.
디브이몰은 1985년 6월 창립된 ‘북부치과재료상사’가 전신이다. 2000년 7월 ‘북부덴탈’로 법인 전환 뒤 작년 7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치과용 재료, 장비, 의약품 및 기공용 재료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디브이몰(DVmall)’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디브이홀딩스다. 2006년 1월 ‘무진홀딩스’로 설립된 치과기자재 판매업체다. 주로 ㈜신흥으로부터 기자재를 매입한 뒤 디브이몰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디브이홀딩스는 현재 디브이몰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디브이홀딩스→디브이몰로 아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이 대표의 아들 3형제가 자리잡고 있다. 디브이홀딩스 지분 각각 27%, 27%, 24% 도합 78%를 보유하고 있는 것. 이외 지분 22%는 디브이홀딩스 자기주식이다.
아울러 이 대표 아들 3형제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디브이홀딩스 역시 디브이몰에 앞서 올 3월초 ㈜신흥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뒤 4월 말까지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지분 0.73%, 금액으로는 10억원어치다.
3형제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신흥 지분 또한 상당하다. 각각 1.44%, 1.36%, 1.36% 도합 4.16%다. 여기에 디브이홀딩스 및 디브이몰 소유의 2.76%를 합하면 6.92%에 이른다.
따라서 신흥 소속 디브이 계열이 올해 들어 짧은 기간 ㈜신흥 지분을 3% 가까이 확보했다는 것은 이 대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지분이 더욱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향후 3세 승계를 위한 위한 지배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