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치료가 중요한 질병은 정확한 진단이 핵심이다. 초기에 잡아내지 못하면 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질병 유무는 의료전문가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가공명영상법(MRI)을 통해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고 판단한다. 결국 최종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건 사람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암 관련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347건을 분석한 결과 암 오진 사례가 3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의료인일지라도 진단의 정확도가 100%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이 같은 현실은 인간을 능가하는 정밀한 진단기술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국생명과학은 영상진단 플랫폼 강화를 위해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루닛(Lunit)과 손을 잡았다. 기존 영상진단 플랫폼에 루닛의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진단의 정확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강호 동국생명과학 진단장비사업부 팀장을 만나 새롭게 시작하는 AI 진단사업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조영제 등 기존 영상의학과 AI 소프트웨어 시너지 기대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동국제약 조영제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국내 1위 조영제 제조 및 판매 회사로 진단, 영상, 의료기기를 보유한 진단플랫폼 기반 의료전문 회사다. 주요 사업영역은 CT, MRI 조영제 사업으로 국내 시장을 선도하며 20년 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유일하게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가능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국내 조영제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26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진단장비와 의료기기, AI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신규 성장 동력을 추진 중이다. 동국생명과학은 최근 루닛과 협력을 맺으면서 기존 의료진단 플랫폼에 AI를 접목, 진단의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닛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의료 AI 전문기업 이다. 루닛은 흉부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 'CXR'과 발견이 어려운 유방암의 악성 종양만을 선별하는 유방암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 'MMG'를 개발했다. 해당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들은 상급병원들에 보급 중이다.
은 팀장은 "높은 의료수준과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시장은 최고의 테스트 베드"라며 "기존에 동국생명과학의 사업분야인 심혈관 스텐트, 조영제 등을 사용하는 영상의학 고객들의 니즈가 AI 진단 소프트웨어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흉부·유방암 등 비전문의도 전문의 수준으로 판독 가능
루닛의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는 비전공의도 흉부의학 전문의 수준으로 판독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초창기에는 결절의 한 부분만 진단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무기폐, 석회, 심장비대, 폐섬유화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 CXR, 지난해에는 MMG을 혁신의료기기로 선정했다. 특히 유방암 진단에 특화된 MMG는 전세계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24만장의 유방촬영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96%에 달하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동국생명과학은 루닛의 AI 소프트웨어 매출이 올해 25억원에서 오는 2024년에는 70억~80억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에는 포트폴리오 도입을 본격 가동하고 오는 2024년에는 보험수가 신설 등을 계획 중이다. 보험수가가 적용될 경우 환자들의 부담이 적어지는 만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은 팀장은 "루닛의 AI 소프트웨어는 방대한 학습량이 있고 차별화된 성능과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해 위음성(오진) 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서 "국내 보건당국에서도 루닛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건강보험 수가 등으로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연내 IPO 추진…M&A 등 사업 선순환 구조 구축
동국생명과학은 박람회나 전시회, 심포지엄 등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아직까지 보수적인 의료 AI 진단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려 향후 5년 후에는 AI 진단 소프트웨어 매출을 연간 100억원 달성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동국생명과학은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가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기업공개(IPO)도 진행한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등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은 팀장은 "지분 투자 및 M&A 통해 제품군 확충, AI인식 개선 및 저변 확대, 기술 내재화로 다가올 의료 인공지능 시대의 개척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영상의학 고객과의 관계형성이 탄탄한 만큼 AI플랫폼을 구축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