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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술유출 전쟁]①어제오늘 일 아니다

  • 2022.08.29(월) 06:29

삼바‧메디톡스 등 이직직원 기술유출 의혹
"효과 없는 전직금지…CMO 등 적발 어려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이 주목받으면서 K-바이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리나라 정부도 6대 신성장 육성 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에 미래 먹거리를 찾던 타 산업계 기업들도 앞다퉈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바이오 기업들의 인재 영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주요 기술유출 이슈를 짚어보고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그동안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신약'이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계 분위기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코로나 발발로 모더나의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고 지난해 제약바이오를 통틀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이후 기존의 제약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롯데, 오리온, 현대중공업 등 재계에서도 줄줄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바이오 사업을 영위할 신규 법인을 세우고 국내외 기업들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가 커지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문인력이 부족해 기존 바이오 기업들의 전문 인력을 뺏고 뺏기는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바이오 기업들은 전 직원들이 자사의 기술을 유출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바,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직 직원 대상 소송 제기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직원의 이직으로 기술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롯데지주가 지난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일한 바이오 CDMO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이 과정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상무와 직원들을 영입했다. [관련 기사: '뺏고 뺏기는 인재 영입 경쟁'…바이오 인력난 심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유출을 우려해 이직한 직원 3명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기밀을 유출 및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전통적인 세포배양 공정(왼)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N-1 Perfusion'의 공정과정(우) /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NH투자증권

CMO 기업은 고객사로부터 계약 대상 의약품의 공정, 분석법, 시험법 등의 기술을 이전받기 때문에 생산 및 제조설비는 갖추고 있어도 특화기술이 없는 곳들도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시간으로 문서와 품질 레코드를 기록‧관리하고 온라인을 통해 고객사와 소통할 수 있는 'EQUIS' 시스템을 구축했고, 제품 생산기간을 단축해 생산성을 높인 첨단 세포배양기술 'N-1 Perfusion'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이 유출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메톡‧씨젠 등도 이직 직원들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간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분쟁이 있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면서 균주와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면서 국내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하면서 21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수입이 금지됐었다. 

다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판매 수수료 등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해당 ITC의 결정을 무효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해외에서의 기술유출 이슈는 일단락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지만 무혐의 결정이 나오면서 메디톡스가 패소했다. 메디톡스가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국내에서의 다툼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메디톡스는 올해 초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 도용' 혐의로 휴젤과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상태다.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ITC 소송에 이어 국내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코로나 진단키트로 단숨에 수조원대 매출을 올린 씨젠 역시 지난 5월 동종업계 경쟁기업으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기술유출 정황이 명확하게 드러난 사례도 있다. 퓨젠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버섯균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를 임직원이 유출 및 도용했다며 씨엘바이오를 상대로 2018년 소송을 제기했다. 씨엘바이오는 퓨젠바이오 임직원이 창업했고 해당 균주로 로션, 샴푸 등을 출시, 판매해왔다. 법원은 2020년 씨엘바이오가 퓨젠바이오의 기술유출 및 도용을 인정했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등 가처분 결정을 위반할 경우 퓨젠바이오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CMO 등 바이오 기술유출 입증 어려워"

퓨젠바이오의 경우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씨엘바이오의 제품 성분과 비교를 통해 같은 물질임이 밝혀졌다. 또 임직원이 퇴사 후 씨엘바이오를 설립하고 퓨젠바이오와 동일한 균주로 유사 제품을 출시한 배경까지 더해져 기술을 유출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물질의 경우 역조사를 통해 성분을 분석할 수 있어 특허침해 및 기술유출을 밝힐 증거 확보가 쉽다. 그러나 공정기술 등 영업기밀은 특허보호를 받더라도 밝혀내기가 어렵다. 상대측 기업에서 제출한 증거물을 은닉하거나 조작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직금지 조항 역시 효력이 인정되기 위한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전직금지기간 및 범위의 적정 여부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전직금지가 필요한 지위 및 업무에 종사했는지 여부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가 지급됐는지 여부 △근로자의 퇴사에 배신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전지금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계약에서 경쟁사 전직금지 조항을 넣어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으로 인해 근로자의 전직금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상대측 내부 직원이 영업기밀 유출의 정황이나 증거를 제출 및 증언하지 않는 이상 기술유출을 밝혀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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