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가동이 중단됐던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고로 3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일부 제강 공장도 정상화되면서 철강 반제품 생산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완전 정상화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압연 설비 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문제는 압연 설비가 언제쯤 정상화될지 추산이 불가능하단 점이다. 포스코 측 역시 정확한 피해 규모와 복구 계획을 수립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고로는 살아났지만…
포스코는 지난 12일 포항제철소 고로 3기(2~4호기)가 정상 가동에 돌입했다고 13일 밝혔다.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처리하는 제강, 연주 설비 공정도 일부 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고로(용광로)를 통한 철강 제조 단계는 '제선→제강→연주→압연'으로 나뉜다. 제선은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제선이 고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포스코 측이 밝힌 고로 정상화는 제선 단계의 정상화를 뜻하는 셈이다.
제강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말한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제강 공장의 전로(환원로) 총 7기 중 4기가 재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연주는 제강 과정을 거친 쇳물을 이용해 슬라브, 블룸, 빌릿 등의 반제품을 제조하는 단계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강 설비는 7기 중 4기, 연주 설비는 8기 중 4기를 지난 12일부터 재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각 설비마다 생산량이나 크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제강, 연주 설비 절반 가동이) 50% 재가동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는 압연이다. 열과 압력을 가해 반제품 상태의 철강을 원하는 크기로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이다. 조선소에 공급하는 후판(선박용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철판)이나 각종 강판을 생산하기 위해선 압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태풍으로 포항제철소의 압연 공정이 멈춰선 상태다. 압연 공정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지하 시설물이 대부분 침수된 탓이다. 현재는 물과 진흙을 빼내는 배수 작업이 진행 중으로 포스코 측에 따르면 압연 라인의 배수 작업이 약 80% 마무리됐다.
배수 작업이 완료돼도 압연 라인이 정상화되는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침수된 설비들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정비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업계 안팎에선 압연 설비의 완전한 복구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추산 중이다. 업계의 추산이 맞다면 약 6개월 동안 포항제철소는 사실상 절반만 가동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업계의 추산일 뿐 포스코는 압연 공정 설비의 정상화에 대한 정확한 시기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가 완료된 상황"라면서도 "압연라인의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복구 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서 생산한 반제품, 광양으로 보낸다"
포스코는 포항 제철소의 압연 라인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포항에서 생산한 반제품 철강을 광양 제철소로 보낸단 계획이다. 광양 제철소의 압연 설비를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량으로 치면 (태풍 이전에) 광양제철소가 약 55%, 포항제철소가 45%를 책임져왔다"며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광양으로 옮겨 완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슬라브(반제품)를 포항에서 광양으로, 광양에서 포항으로 이송하는건 평소에도 해온 만큼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항제철소의 압연 설비가 멈춰선 만큼 국내 철강 공급 부족 상황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수급 차질 우려로 철강 가격 인상이 전망되자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주들이 10% 넘게 급등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태풍 여파로 포스코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업체 등의 조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후판, 열연, 냉연도금류 등 일부 품목 단기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와 고객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출하대응반을 이날부터 가동하겠단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보유 중인 재고의 신속한 출하로 고객사 수급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객사의 긴급재는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을 통해 우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