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AI를 통한 '후보물질' 발굴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접목하면 신약 개발에 드는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폐쇄적인 데이터 활용이나 부족한 인력은 AI 신약 개발의 걸림돌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AI 신약 개발 '활발'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16일 에이조스바이오와 AI를 통한 항암 신약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조스바이오는 신약 개발 AI 플랫폼 전문 기업이다. 특정 타깃에 대한 저분자화합물의 활성을 예측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양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합성치사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조스바이오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을, 대웅제약은 후보 물질에 대한 효능 평가와 임상 개발 등 사업화를 담당한다.
팜젠사이언스는 AI 플랫폼 기반 혁신 신약 개발 기업 아이겐드럭과 손잡고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에 나섰다. 아이겐드럭이 보유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 유효물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아이겐드럭은 AI 분야의 석학인 김선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창업한 기업으로, 약물 타깃 상호작용 예측 모델(EnsDTI), 인체 내 간독성 예측 모델(SSM), 자기지도학습 신약 개발 모델(TriCL) 등의 기술을 보유했다.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의 기간을 한층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 23일 양자역학 기술 기반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인세리브로와 AI 신약 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세리브로는 자사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도출한 후보물질을 삼진제약에 제안하고 후보물질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삼진제약은 제안받은 후보물질의 합성과 약효 평가 및 임상 개발을 진행한다. 앞서 삼진제약은 지난달에도 AI 신약 개발 기업 심플렉스와 공동 연구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삼진제약 측은 "이번에 활용할 인세리브로의 AI 플랫폼은 기존 AI 신약 개발 기업과는 다른 양자역학 계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후보물질의 약물친화도와 적중률을 높여주는 독자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만큼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기간·비용 단축 '기대'…인력 모시기 '난항'
AI 기술은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줄일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AI 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AI 기술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면 신약 개발 주기를 15년에서 7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1조~2조원가량 필요했던 개발 비용도 6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또 AI로 도출한 후보물질을 활용하면 임상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I 신약 개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폐쇄적인 데이터 접근성이 대표적이다. AI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확보다. 그러나 국내에선 제약바이오 기업과 병원, AI 신약 개발 기업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폐쇄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가 개별 기업과 기관에만 머무른다면 신약 후보물질 도출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바이오산업이 떠오르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신약 개발의 경우 전통 제약업에 대한 이해도와 IT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에는 여러 학문을 융합한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텍이 이들이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맞춰 주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AI 인력은 대부분 IT 분야의 스타트업에 쏠리고 있는데 바이오 업계에서도 AI 신약 개발에 특화된 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