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진퇴양난 K반도체에 ‘숨 불어넣기’ 해법은

  • 2023.03.08(수) 06:30

‘한국판 IRA’ 입법 가닥…세액공제율 ‘30%’ 전망
美 반도체법 독소조항, 정부 “협상 고삐 죈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을 둘러싼 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해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논란이 된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지원에 나섰고, 야당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반도체 산업이 휘청이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책 마련에 정치권이 분주한 모양새다.

韓 경제 강타한 ‘반도체 쇼크’ 

더불어민주당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세액공제 관련 내용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판 IRA법 초안을 마련했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이번 주 중은 어렵겠지만 미루지 않고 입법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IRA법을 통해 기후위기와 관련된 사업을 준비 중이고 유럽도 이에 상응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에도 녹색산업을 혁신성장 산업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세제 혜택을 담는 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세액공제 폭과 관련해 일각선 민주당이 정부가 제시한 ‘최대 25%’에 더해 ‘최소 30% 이상’으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K-칩스법’보다 파격적인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조특법)’을 국회에 올렸으나, 여야 이견 탓에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K-칩스법의 한 축인 조특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기업·중견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올리자는 것이 골자였다.

당초 야당 측의 반대로 K-칩스법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의 이번 행보는 반도체 쇼크로 최근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불황 탓에 지난 1월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265.7%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26여년 만의 최고치다. 반도체 재고율이 높다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돼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출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동기비 42.5% 급감하기도 했다.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마주한 불황 터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적자를 총 5조~6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美, 초과이익 환원에 기업기밀 공개까지 요구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정부도 반도체 산업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단 당장 꺼야 할 급한 불로는 ‘미국과의 협상’이 꼽힌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급 기준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하거나 신규 투자를 금하는 것은 물론 초과이익을 미국에 환원하고 수익성 지표 제공 및 반도체 핵심 공정 접근 허용 등 경영 기밀을 공개하라고 했다.

‘보조금을 원하면 신청하라’는 게 미국 정부의 표면적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기업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미국 내 중장기 투자계획을 이미 세웠고,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정부는 협상 의지를 적극 밝히고 나섰다. 지난 6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 보조금 지급과 전혀 다르게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들이 많이 들어있다”며 “이번 조건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조항들이 협약 과정에서 상당 부분 완화되고 해소되도록 정부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폭적 지원을 언급했다. 

후속조치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비공식 면담으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제시한 여러 조건에 대해 업계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측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겠다”며 “앞으로 미국이 전개하려는 반도체법의 향방이 우리 업계나 경제 이익의 관점에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엔 외교부가 “우리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유관 부처 및 업계와 소통하면서 필요한 외교적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비즈워치

협상 통해 수위조절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한다. 미·중 패권 전쟁에 우리나라가 끼인 만큼, 각국서 생산할 반도체 종류를 세분화·차별화해 논의를 진행하면 사업성 타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최근 미 상무부가 제시한 조건 중 가장 리스크가 큰 부분이 기업의 재무 정보와 공장의 접근권을 제공하라는 기업 기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에겐 보조금 필요 여부를 선확인하고 정보공개가 가능한 범위를 체크해 협상의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 중 20%를 반도체가 담당하고 이 반도체 수출액 중 60%가 중국에서 나오며, 중국에 투자된 국내 반도체 투자 자산이 약 5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 사업을 급격히 접는 것 또한 위험도가 클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을 일부 참고해 최신 반도체 및 군사용 반도체를 더 이상 중국에서 생산·공급하지 않되 산업용 반도체는 중국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설득, 중국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