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운다. 북미 제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SK온에 이어 북미 지역에 두번째 배터리 공급사를 확보하게 됐다.
5.7조원 투자…2025년 가동 목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 법인을 연내 설립하기로 협의했다. 총 5조7000억원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며 지분은 양측이 50%씩 보유하는 형태다. 투자집행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된다.
합작 공장은 올 하반기 착공해 2025년 말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규모는 연산 약 30기가와트시(GWh)로 전기차 약 3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합작 공장 위치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 지역이다. 이 지역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부지가 위치한 곳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한 뒤 현대차 그룹의 공장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선두 기업이자 핵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강자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산업의 선두주자 LG에너지솔루션이 손을 잡고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역량, 독보적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엔솔, SK온과 양손 잡은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북미 지역에 국내 배터리 기업과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SK온과 연간 35Gwh 배터리 합작 공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손잡은 현대차그룹-SK온' 배터리 미국공장 세운다(4월 25일)
현대차그룹이 발 빠르게 북미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서는 것은 IRA를 대응하기 위해서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제조한 전기차 중 배터리 광물, 부품 요건을 갖춘 차량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으면 이 지역에서 경쟁이 어려운 셈이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올해(1~4월)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9%로 전년동기대비 1.4%포인트(p) 하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작공장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할 미국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