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더 이상 단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다양한 세대에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소프트웨어를 갖춘 플랫폼 기업입니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이 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웹(web)OS 파트너 서밋 2023'에서 한 말이다. 이 행사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웹OS 플랫폼 생태계 확대 및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LG전자가 이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날 LG전자는 진정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간 쌓아온 TV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서비스·광고 영역을 더해 플랫폼 업체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지난 7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밝힌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다. 조 사장은 시장 트렌드와 사업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넘어 웹 OS 등 무형(Non-HW) 사업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웹OS, 3년 내 3억대 확대 목표
웹OS는 LG전자의 독자 스마트 TV 플랫폼이다. 2014년부터 LG 스마트 TV에 적용돼 현재 전 세계 2억대에 달하는 LG TV에 들어가 있다.
나아가 LG전자는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자사 제품 외 타 TV 브랜드 등에도 웹OS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웹OS를 선택한 타 브랜드는 첫 공급을 시작한 2021년 20여개에서 현재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LG전자는 오는 2026년까지 웹OS 사업 모수를 3억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부 TV 브랜드에 웹OS 플랫폼 공급을 늘리고 TV 외 프로젝터, 모니터, 사이니지, 차량 제품군까지 적용범위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LG전자는 외부 TV 업체에 공급 중인 웹OS 플랫폼 '웹OS 허브'를 업그레이드 중이다. 지난해 클라우드 게임, OTT 등 인기 콘텐츠를 확대하고 업계 최초 OLED TV 전용 플랫폼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이번 행사에서는 스마트TV 사용 고객에게 최신 웹OS를 제공해 TV 사용 경험을 강화한 '플랫폼 업그레이드'도 공개했다. 모바일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TV OS에서도 동일하게 지원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동일한 OS가 구축되면 파트너사들은 보다 안정적인 개발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공급이 가능해진다"며 "자연히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들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인 만큼 투자 규모도 크다.
LG전자는 맞춤형 콘텐츠·서비스 분야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과 서비스 사용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스마트TV에 탑재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UI·UX(사용자 환경·경험) 혁신에도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적 투자 분야는 'AI(인공지능) 기반 검색 및 추천 기능'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내용을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음성 인식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서비스 사용 편의성도 높인다. LG채널은 이달 말 3.0 버전을 출시하는 LG채널은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업데이트하고 전용 채널 가이드를 제공해 콘텐츠 탐색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현재 LG채널은 전 세계 27개국에 30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며, 사용자 수는 5000만명을 넘어섰다.
삼성·LG, FAST 시장 공략 시동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은 급성장하는 FAST 플랫폼(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Platform)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FAST 플랫폼은 광고를 시청하면 영화, 드라마 등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을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FAST 채널 수익은 지난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64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나아가 2027년에는 12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유료 케이블 TV 비용이 유독 비싼 탓에 FAST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FAST 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2027년 예상되는 120억달러 매출 중 100억달러 이상이 미국 시장에서 나올 것이라는 게 옴디아 측 예상이다.
다만 영어권이 아닌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등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꼽힌다. 옴디아는 "2027년까지 미국 이외 국가에서 16억달러의 수익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며 "콘텐츠 검색을 개선하는 것이 채널 성공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와 함께 전 세계 TV 시장에서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자사 TV 채널을 플랫폼 삼아 FAST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삼성 TV 플러스'를 선보인 후 꾸준히 콘텐츠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왔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 24개국에 2000개 이상의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 TV, 스마트 모니터, 패밀리허브,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자라면 모두 사용 가능하다.
사용자 경험 개선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tvN, TV 조선 채널을 추가하며 국내 FAST 서비스 중 유일하게 지상파 3사에 이어 종편 4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또 2023년형 삼성 스마트 모니터 사용자들은 리모컨뿐 아니라 마우스로도 다양한 채널과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최용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와 편리한 감상 경험을 제공해 국내 대표 FAST 서비스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