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가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석유화학 제품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원재료로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 최근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친환경 열분해유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경영이 확대되고 있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하는 OCI
OCI는 광양공장에서 생산하는 카본블랙이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인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를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ISCC Plus란 유럽연합(EU)의 재생 에너지 지침(RED, Renewable Energy Directives)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국제 인증 제도다. 제품의 생산 공정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평가해 친환경성이 입증됐을 경우에만 인증을 부여한다.
이번에 OCI가 ISS Plus 인증을 받은 제품군은 '카본블랙'이다. 카본블랙은 주로 타이어 등 고무의 탄성을 강화하는 강화재와 착색재로 사용된다.
OCI는 카본블랙의 ISCC Plus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다른 제품군까지 인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국내외 인증기관에서 발급 중인 환경성적표지(EPD,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등 환경인증을 추가 획득해 ESG경영 강화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OCI는 공정 중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재활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순환 생산 라인도 구축했다. OCI는 카본블랙 외에도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활용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폴리실리콘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헥사클로로디실란(HCDS), 흄드실리카 등을 생산하고 있다.
김유신 OCI 사장은 "ISCC Plus 인증 획득을 통해 카본블랙 제품의 품질 경쟁력뿐만 아니라 친환경 경쟁력을 추가로 입증했다"며 "OCI는 높아져 가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발맞춰 친환경 생산 구조 구축 및 제품 개발, 친환경 포장재 교체 등을 통해 환경과 미래에 가치를 더해가는 핵심소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석화 업계 친환경 사업 핵심 '열분해유'
OCI의 카본블랙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친환경 열분해유를 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열분해유란 기존 폐비닐·폐플라스틱 등을 300~800℃의 고온으로 가열해 얻는 재활용 원유를 말한다.
열분해유는 불순물만 제거하면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사용하거나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Naptha)를 추출할 수도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에 따르면 열분해유는 기존 정유 제품 생산 과정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61.5% 줄일 수 있다. 석유화학 업체 입장에선 열분해유를 원료로 사용한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OCI뿐만 아니라 최근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탄소 감축을 위해 친환경 열분해유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을 확대하고 있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탄소 감축 압박도 거세지는 추세다.
열분해유 수요가 늘자 대기업들도 플라스틱 열분해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건설 중이다.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울산ARC엔 총 6만6000톤 규모의 열분해 공정이 들어설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1월 영국의 '플라스틱 에너지(Plastic Energy)'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열분해유 불순물 제거 기술 개발을 위해 현재 환경과학기술원에서는 열분해유 불순물 제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해 저탄소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실증 특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쓰오일은 2년 간 온산 공장에서 열분해유를 활용한 휘발유·등유·경유·나프타·폴리프로필렌 등 다양한 정유·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정유나 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사업에선 탄소 감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정유나 석유화학 제품 제조 과정에서 열분해유를 활용하는 방법도 탄소 감축을 위한으로 주목받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