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룹이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는 등 회장 선출 절차를 변경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투명한 CEO 인선 절차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선안에 맞춰 포스코는 곧장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한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연임에 성공하면 역대 포스코 회장 중 최초의 사례가 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18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3억원어치를 매입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거취 표명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연임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다만 현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 회장이 '아름다운 퇴진'을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포스코, 회장 셀프 연임 규정 삭제…21일 후추위 개시
POSCO홀딩스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선임 절차 개정을 포함한 '포스코형 신(新)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국내외 모범이 되는 지배구조를 갖춘 대표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신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안은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회장의 후임 회장 선출 과정부터 바로 적용된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크게 4가지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회장 선임 절차에 공정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 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포스코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도록 해왔다. 이후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심사를 한 뒤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해 안건이 통과되면 연임할 수 있었다.
이사회는 또 후추위에서 발굴한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후추위는 이 자문단의 의견을 회장 후보들의 자격 심사에 반영한다.
이 밖에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사전 공개해 대외적인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도덕성 5가지 항목을 자격요건으로 정했다. 조만간 상세 기준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사내 회장 후보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내부 후보군과 주주추천 등으로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을 상시 발굴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종합 소재 기업 탈바꿈 성과…현 정권 관계는 우려
이번 개선안에 맞춰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도전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사규에 따라 최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주 중 최 회장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성공한다면 그룹 최초의 사례가 된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반대로 퇴진을 선택할 경우 역대 포스코 회장 중 처음으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3억원어치를 매입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포스코 측은 '개인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거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를 앞두고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 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날 포스코 창업주인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임 도전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성공한 CEO로 여겨진다. 포스코 그룹의 이차전지 소재·에너지 등 비철강 사업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된다. 포스코 그룹을 철강사에서 미래 종합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다.
다만 최 회장이 이전 정부 시절 취임했다는 점에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현 정권과의 관계가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앞서 CEO 선출에 진통을 겪었던 KT의 사례가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실제 올해 대통령이 재계 총수를 대동해 여러 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는데 최 회장은 번번이 동행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거론된다.
노조와 껄끄러운 관계도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달 노사 합의가 타결되긴 했지만 포스코 설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몰리면서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업 결의에 앞서 진행된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노조원의 77.8%가 찬성한 바 있다.
포스코는 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후추위 운영을 개시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