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맞춤형 'AI 번역 기술'을 개발하며 외국인 근로자 적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조선업 근로자 11만3000명 가운데 약 13%가 외국인이다. 조선업 호황으로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2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 용어 학습한 AI, 의사소통 효율 ↑
9일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번역 서비스 'AI 에이전트(Agent)'의 1단계 개발을 완료하고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의 선박 건조 현장에 실제 적용했다.
AI 에이전트는 조선소 내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 효율과 숙련도 향상을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번역 서비스로, 실제 선박 건조 현장에 최적화해 조선업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기존에 사용되던 범용 번역 서비스들이 조선소 현장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나 방언 등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못했고, 외국인 근로자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매번 설정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장과 국가 표준 조선 용어 1만3000개와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4200개의 작업 지시 문장을 수집,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학습시킴으로써 조선업 맞춤형 번역 서비스를 만들었다.
AI 에이전트는 채팅앱과 챗봇 서버, 번역 모듈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작업자가 채팅앱에 대화 내용을 입력하면 챗봇 서버를 통해 메시지가 번역 모듈로 전달돼 자동 번역 후 채팅앱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실제 HD현대삼호의 경우 자체 업무용 채팅앱인 '팀업'과 연동, 채팅창에 입력한 내용을 근로자가 설정한 언어로 자동 번역되도록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서비스를 올해 말까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등 조선 부문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지원 언어 역시 현재 베트남어, 우즈베크어, 네팔어, 태국어 등 4개에서 11개 언어로 늘린다.
음성만 듣고 실시간 번역해주는 현장 온다
또한 HD한국조선해양은 향후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3단계에 걸쳐 고도화할 계획이다. 먼저 2단계 개발을 통해 번역 기능에 음성-텍스트 간 상호 변환 기능을 추가하고, 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3단계 개발도 기획 중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이 서비스를 안전과 품질, 교육, 생활 가이드 등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명확한 업무지시 전달은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보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우리의 동료이자 가족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