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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최태원 회장의 연초 광폭 행보에 담긴 함의

  • 2025.01.21(화) 06:50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중파 출연…"수출 중심 경제 바꿔야"
을사년 잇딴 메시지…'대한상의' 회장으로 '민간외교관' 역할
반도체 산업 리드 중인 그룹 위상도 남다른 '무게감' 실어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1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활발하게 대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과거 최태원 회장은 물론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서도 상당히 드문 일이죠.

이를 두고 업계 해석이 분분합니다. 먼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맡고 있고 우리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당연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에 더해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서 SK가 승기를 잡은 것 또한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공중파 출연 "수출 주도 경제 체질 전환" 제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에 나섰습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수출 주도형 경제'를 바꿀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죠.

그간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은 수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세계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소프트웨어 경쟁 심화 및 전통적인 제조업의 쇠퇴 등과 같은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 역시 "수출 주도형 경제를 바꿔야 한다"라며 "근본적으로 수출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모델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설 시기가 왔다고 진단한 것이죠. 

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최 회장은 "지금 룰을 결정하는 것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EU(유럽연합)정도고 우리는 그 룰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 국제 질서나 룰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룰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룰을 따르면서도 이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우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수출 주도 중심의 경제 모델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자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최 회장은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전략적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 AI(인공지능)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정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AI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라며 "AI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은 메시지 보내는 최태원…'그룹'보다 '한국 경제'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예년보다 더 자주 대외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해가 바뀐 직후에는 SK그룹 총수로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신년 메시지를 냈죠. 이어 대한상의가 주최한 경제계신년인사회, 서울시가 주관한 신년인사회에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CES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만난 이후 후일담을 국내 언론에 소개하기도 했고요. 뒤이어 이날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 참석, 그야말로 광폭 행보입니다.

물론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메시지는 '그룹 총수'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첩된 이유가 큽니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죠.

이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현재 대한상의 역할을 상당수 수행했었지만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위상이 다소 낮아졌죠. 전경련의 위상이 하락한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 경제계는 목소리를 내기 주저했습니다.

이후 상황을 바꾼 게 최태원 회장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1년 4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죠.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경제계와 정부의 가교 역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최태원 회장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SK그룹이 아닌 경제계를 대표해,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우리 경제가 대외 경쟁 심화, 극심한 내수 부진 등으로 시름하는 상황에서 경제계 스스로 의 자정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만큼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경제 발전을 위해 움직이는 거라는 분석이죠. 

업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로 처음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평가"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이다보니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내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달라진 SK 반도체 위상이 주는 '무게감'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과거와 달라진 SK그룹의 위상도 최태원 회장의 목소리에 이전과 다른 무게감을 실어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 이전에도 대한상의 회장 혹은 타 경제단체 회장들이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존재감은 확연히 다른 모습인데요.

SK그룹 역시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리밸런싱 작업이 진행 중에 있지만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서 만큼은 눈부신 실적으로 경쟁자를 앞서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연초 최태원 회장의 발언이 가장 주목받은 순간을 꼽아봐도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의 새로운 GPU(그래픽가속장치) RTX 50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패싱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 후 우려가 나왔지만 최태원 회장이 진화에 나선 것이죠. 

당시 최 회장은 "상대(엔비디아)가 (HBM 등) 더 빨리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고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결국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우리나라 경제가 처한 위기를 연이어 강조함과 동시에 해결책에 대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는데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신감이 몫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실제로 경재계의 목소리에 국회 등 정치권이 예전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소셜미디어의 힘은 강해지고 그 만큼 재계 총수들의 소통 능력도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 회장의 최근 적극적인 행보가 경제와 산업을 챙기는 재계 수장들의 바로미터이자 모범 사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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