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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공포]①그 많은 돈 대체 어디로?

  • 2013.11.06(수) 10:21

양적완화 불구, 디스인플레..디플레 우려 키워
디플레 막으려 다시 돈 푸는 악순환 지속될 수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 바람이 불자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억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란 논리에서다. 그러나 예측은 빚나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 인플레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리어 시장에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출현했다. 웬만해서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스인플레이션에 이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돈은 푸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급과잉이 나타나면서 경제는 더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디플레 공포다.

 

◇ 양적완화에도 물가 꿈쩍 안해..일부는 하락세

 

한동안 서광이 비치는 듯했던 유럽 경제 날씨가 흐려질 조짐이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의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0.7% 하락세를 탔다. 2008년 11월 이후 근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간 양적완화를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해야 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은 어찌보면 든든한 원군 같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할 상황이 못된다. 물가 상승률이 계속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더해 일부에서는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그리스에서 물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인플레는 제로(0)에 근접하고 있다.

 

디플레 우려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미국의 조화물가지수(HICP)는 0.8%을 기록하며 1년전(2.1%)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과 스위스 정도만 완만한 인플레 영역에 겨우 들어간 정도다. 양적완화로 주목받았던 금 역시 우려스러운 상황을 대변해준다. 전형적인 인플레 헤지수단인 금 가격은 올해 들어 19%나 하락했다.

 

▲ 주요 지역별 월간 핵심 소비자물가(CPI) 추이(출처:AEI)

 

 

▲ 유로존과 주요 국가별 연간 물가상승률(출처:마켓워치)

 

 

◇ 수도꼭지에서 나와 어디론가 새는 돈

 

이처럼 물가가 오르지 않는데는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영향도 크다. 유로존만해도 에너지나 식료품 가격 하락폭이 핵심 인플레보다 훨씬 컸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등 에너지 공급이 개선된 점을 언급한다.

 

그러나 중국 주도의 에너지 소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 역시 부인하지 못한다.특히 전문가들은 돈이 풀린 만큼 제대로 돌지 않고 어디에선가는 오히려 돈이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돈을 시중에 푸는 역할을 하는 곳은 중앙은행뿐만이 아니며 민간은행 역시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은행들의 대출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욕조의 마개가 닫히지 않아 계속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유로존의 경우 통화공급 증가률이 하락 중이고 지난 9월 은행 대출 역시 전년대비 1.4% 감소했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지 않는데는 여전히 많은 민간부채가 있다. 유럽만 해도 정부가 재정긴축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민간부채는 여전히 가계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중에 돈이 풀려도 인플레가 적절히 통제되고 자산시장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실제 경제로는 온기가 돌고 있지 않는 이유다.

 

◇ QE가 유발한 디플레 막으려 다시 돈 푸는 악순환 우려

 

물가 안정과 하락은 실물 경제에서 상당한 이중성을 띤다. 노동자 입장에선 실질임금 가치 하락은 제한되지만 임금 자체가 오르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인플레 통제는 반갑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빠르게 증가하지 못한다. 특히 위기 이후 막대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플레는 실질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투자와 지출을 더욱 막고 부채비용을 높인다.

 

어느정도의 인플레를 각오했던 중앙은행으로서도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디플레를 방지하고 적절한 인플레 유발을 위해 유동성을 풀었지만 공식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시에떼제너럴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이끌고 있다고 경고했다. 돈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투자로 흘러들어가면서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고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을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미챌라 마커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론 상으로는 통화공급 증가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게 되지만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중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이동하고 과잉 생산성을 유발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디플레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중앙은행으로서는 다시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디플레 고릴 끊게되면 좋겠지만 풀린 통화가 디플레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미국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되면 디플레의 자기강화가 지속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예상하는 비관론자들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레이프 에커슨 HSBC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로 만들어진 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거품은 충분히 꺼질 수 있다"며 "거품 붕괴는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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