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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파생상품이 몰려온다] ④`화려했던 위상` 회복할까

  • 2014.10.01(수) 10:57

신파생상품 매력 불구 `구색맞추기`에 그칠수도
투기거래 원천봉쇄가 발전 막아..사후서비스 필요

"반찬이 많아져서 이제는 원하는 밥상을 차려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정작 밥이 없고, 밥 먹을 사람도 없다"

"단팥빵이 먹고 싶은데 앙꼬를 넣어서 단팥빵처럼 만든다고 그 상품이 팔리겠나?"

 

11월 새롭게 상장되는 파생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기대를 갖는 주체는 시장보다는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에 국한되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신 파생상품들이 꽤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풍토에서 과연 무럭무럭 자라줄지에 대해 의구심이 더 크다.

 

이미 한국은 파생상품 강국에서 추락했다.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근본적인 시장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다. 투기수요는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될 성 부른 시장을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보다 여전히 여러 상품을 일단 내놓고 보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형보다 나은 아우들` 매력은 넘치는데

 

지난 6월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에 따라 내달 중 상장지수채권(ETN)과 변동성지수선물, 섹터지수선물이 상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주식선물의 기초자산 수도 기존의 25개에서 60개로 확 늘리면서 개별주식선물 제도변경을 단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상품선물 위주에서 이번에는 지수 중심의 파생상품이 늘어나면서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상 거래가 전무한 주식옵션보다 거래가 활발한 주식선물에 치중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식선물에서 기초자산 숫자가 적어 위험관리 부분을 보강하랴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기존에 상장됐던 상품선물 수요가 충분치 않았고 시장조성이 제대로 안됐다"며 "반면 V코스피나 섹터지수의 경우 코스피라는 대표 인덱스 선물과 연계돼 있어 상대적인 기대감은 크다"고 판단했다. 

 

◇ 투기수요 없이 헤지수요만으로는 부족

 

과연 현재의 파생상품 시장에서 새 상품들의 거래가 제대로 정착할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선물과 옵션 모두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코스피 200 옵션은 지난 2012년말 대비 1년 사이 60% 이상 거래가 줄어들었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파생상품 시장은 거래량 증가가 뚜렷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거래소, 금융당국과 시장 사이에 근본적인 동상이몽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과연 거래할 사람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변동성지수선물의 경우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등 확실한 실수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ELS 상품구성 후 헤지를 할 때 선물을 통한 헤지가 쉽지 않았지만 옵선 성격의 변동성지수선물이 도입되면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헤지를 할 수 있을 만큼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존재할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헤지수요만으로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낙관하지만 투기수요 없이는 시장 조성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어떤 선물시장이든 헤지수요만 존재해서는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변동성지수선물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헤지를 할 수 있을 만큼 거래가 활발할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과 개인의 투기수요도 어느정도 존재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외국인만으로는 부족해 보이고 개인은 파생상품 규제 강화로 진입 자체가 막히면서 초기 시장 조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방안에서 개인들의 선물 및 옵션 시장 참여는 크게 제한됐다. 기존 거래자는 상관이 없지만 신규 진입시에는 일정 교육 기간을 거쳐야 한다.

 

섹터지수 역시 지수와 개별종목간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미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섹터 ETF는 거래가 부진해 실패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 연구원은 "섹터지수선물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섹터ETF 현실을 보면 실제 수요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며 "신규수요를 창출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에 ETF 거래가 집중됐고 섹터지수선물 역시 레버리지 개념이 추가됐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 일단 내놓고보자?..규제등 진입장벽 손봐야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시장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여러 파생상품들을 개발해서 내놓기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동안 거래소는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놨지만 코스피200 선물 외에는 성공한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탄력이 붙는 듯했던 파생상품들도 각종 규제로 인해 활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는 일단 저인망식으로 상품을 깔면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자기네 입맛대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작 거래할 만한 개인 투자자들은 여러 규제들도 진입이 차단돼 있다"며 "파생상품 시장에는 어느정도 투기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가 있는 한 파생상품 시장이 성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이 큰 증시에서 섹터별로 투자할 사람이 어느정도 될지 모르겠다"며 "코스피200 미니선물 등 시장에서 정작 원하는 상품보다는 구색만 갖추려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 좋지만 자율적인 상품 개발은 막혀 있고,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매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설사 잘 돼도 기존의 파이를 나누는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며, 잘 될지 안 될지 자체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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