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 이후 달러 강세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는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이머징 시장 전반의 자금이탈 우려를 높이며 우리 시장에도 부담이다. 특히 상대적인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원화 약세를 마냥 즐기지도 못하는 상황.
이미 지난해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후 달러 강세가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일부에서는 추가 강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는 대세 상승으로 접어들지 않았다는 분석도 맞선다.
◇ 달러 강세 재개
주초 달러-원 환율은 두 달여만에 1100원선을 돌파했다. 옐런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 여파가 컸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덤덤했던 주식시장도 뒤늦게 반응했다. 달러 강세는 지난해 7월말부터 시작됐고 완전히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3월 중순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잠시 주춤한 후 재개됐다.
달러 강세가 국내 수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미국의 긴축 우려로 혼비백산했던 기억을 먼저 떠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종료) 시사 발언으로 시장은 한동안 변동성이 확대되고 미국 달러 강세도 이어졌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 증시나 원자재 가격 하락에 타격을 주고 국내를 포함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전날(27일)에 이어 외국인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순매도를 지속 중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이라며 "환차손을 야기하는데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되는 시점마다 원화 약세가 동반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달러-엔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엔-원 재정환율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달러-엔은 28일(현지시간) 124엔을 넘어섰고 엔-원 환율은 100엔당 900원선이 다시 무너졌다.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 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 달러-엔 환율 추이(출처:NH투자증권) |
◇ 美 금리 인상까지 강세 지속
연내 금리인상 발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이상 상대적인 원화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 부진과 이에 따른 통화완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을 1100원대 중반까지, 달러-엔도 120엔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달러 랠리가 두달여간의 매도 이후 재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9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ANZ은행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BNP파리바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이 강달러를 다시 쫓기 시작했다"며 "내달초 미국 5월 실업률이 발표되기 전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월 실업률 발표 일정 외에도 다음주는 달러 향방의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가 예정돼 있고 호주중앙은행의 금리 결정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구 회의와 주요 7개국(G7) 회의도 대기 중이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련의 빅 이벤트들로 달러 강세가 더 견고해질 수 있다"며 "실업률 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베팅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국내는 제한적 강세 무게
반면 아직까지 달러 강세를 대세상승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맞선다.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쪽이다.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을 언급했지만 시장과의 소통 성격이 더 강했고 여전히 경제 지표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일방적인 강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013년과 같은 충격을 야기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며 "4분기에는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연말에는 1060원 내외로 달러-원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윤서 KTB증권 연구원은 "단기 추가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만 달러화의 일방적인 초강세가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달러 강세 진정과 함께 달러-엔 환율 상승폭도 되돌려질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