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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브렉시트로 보는 '트럼프 월드'

  • 2016.11.10(목) 17:10

낮은 확률서 현실화 '닮은꼴'…학습효과도 '톡톡'
브렉시트보다 파급·불확실성 더 큰 점 유의해야

전날(9일)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시장은 반사적으로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떠올렸다. 예측하지 못한 악재에 시장이 충격에 빠진데다 장중 시장의 흐름도 흡사했다. 여기에 브렉시트 학습효과는 트럼프 쇼크를 빠른 시간에 흡수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 모양새다. 실제로 10일 증시는 급락 하루만에 보란 듯이 급반등했다. 반면, 트럼프 리스크가 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도 브렉시트와는 또다른 차원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둘 것을 조언한다.

 

 

◇ 시장, 브렉시트 때와 판박이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은 시장에서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극히 낮았던 가정이 현실화 됐다는 공통점을 띤다.

 

특히 미국 대선 개표가 있었던 지난 9일 시장 흐름은 지난 6월 24일을 빼다박았다. 개장전만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지면서 코스피는 소폭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장초반 트럼프가 미세하게 치고 나가면서 시장에는 차츰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경합주들에서 트럼프가 잇따라 승기를 잡으면서 한국 기준으로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고꾸라졌다. 코스피는 한때 1930선을 위협받은 끝에 2%대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만 45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지난 6월 브렉시트 결정 당시와 흡사했다. 브렉시트 투표 개표 때도 시장은 브렉시트 반대 결정에 일찌감치 무게를 실으며 차분하게 출발했지만 투표 결과가 서서히 찬성 쪽으로 기울자 패닉에 빠졌다.

 

◇ 학습효과가 반등 탄력 키워

 

다만 트럼프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은 하루에 그쳤다. 브렉시트 당시에도 하루만에 증시가 반등했지만 이틀간은 소폭 상승(6일27일 1.61P, 28일 9.73P)에 불과했다.

 

밤사이 뉴욕 증시는 친시장적 정책을 펼치겠다는 트럼프의 당선 수락 연설에 반색하며 오히려 상승했고, 아시아 증시도 10일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변화가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급진적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안도감을 불렀다.

 

여기에 트럼프의 발언뿐 아니라 이미 브렉시트를 통해 시장 충격과 회복을 경험한 학습효과도 상당부분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미 겪어본 브렉시트처럼 시장 충격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보다는 조율 과정을 통해 충격이 최소화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날 코스피는 2%이상 하락했지만 이는 브렉시트(3.09%) 당시보다는 제한된 낙폭이었다. 10일에는 단번에 40포인트이상을 회복하며 브렉시트 때보다 훨씬 더 빠른 복원력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브렉시트에서 경험했듯 이벤트 리스크는 단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되고 변동성 위험으로 연말 미국 금리인상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선거전략을 위해 내세웠던 과격한 공약들이 집권 준비 과정에 맞게 현실적으로 다듬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 잠재 불확실성 더 크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브렉시트를 능가할 것으로 점쳐왔고 이런 가정은 현재로서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트럼프가 기존의 극단적인 정책 공약의 강도를 조율해 가기는 하겠지만 어느정도 현실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공화당이 대통령과 함께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확보에 성공한 점도 향후 정책 추진에 힘을 실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띠라서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타국에 대한 배타적인 '각자도생' 논리가 더 노골적으로 강화됐고 이는 한국에도 큰 악재"라며 "당선 이후 트럼프가 다수의 상식에 수렴하는 행태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경고했다.

 

KTB투자증권은 "미국 정책위험이 단기간 표출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정부의 파생위험은 내년 세계 증시의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적어도 정책 방향성은 트럼프가 주장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시장이 트럼프 발언 하나하나에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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