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흥행 '광풍'을 일으켰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해 7월 북미와 유럽 등에서 시작한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초 '지도 데이터 반출' 이슈와 맞물려 국내선 게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글맵이 아닌 제 3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현했다. 게임 업계에선 포켓몬고의 흥행 파워가 어느 정도 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6개월전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 데니스황 나이언틱 아트총괄이사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켓몬고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 "완벽한 한글 번역, 늦어졌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미국의 나이언틱은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날 국내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에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이언틱측은 "이번 국내 출시로 그동안 해외 마켓을 통해 즐겼던 유저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게 됐다"라며 "완벽한 번역과 한국 정서에 맞는 현지화 작업이 이뤄져 누구나 쉽게 포켓몬고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포켓몬고가 작년 7월 출시 이후 약 6억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이용자들은 현재까지 87억km를 이동했다는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 기술과 위치 정보를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게임이다. 유저가 사냥꾼이 되어 길거리를 직접 돌아다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춘 지도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나이언틱은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재미를 강화하고,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의 버전을 포함한 새로운 기능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국내 이용자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총괄이사는 국내 서비스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나이언틱이 구글에서 분사한지 얼마 안됐고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임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라며 "포켓몬고에 한국어를 지원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구글맵 아닌 공공맵 사용"
구글맵을 기반으로 하는 포켓몬고는 당초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한국 정부가 거부해 국내 서비스 자체가 막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이언틱측은 이날 구글맵이 아닌 제 3의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구글맵이 아닌 다른 지도 데이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이다.
앞서 구글은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막아 포켓몬고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국내에선 나오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도 데이터 반출 없이 포켓몬고가 어렵다는 게 요지였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지난해 8월 국회 토론회에서 "모바일 시대에 위치 정보와 지도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는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포켓몬고는 이러한 혁신의 시작일 뿐이며 반출 불허시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 뒤처질 것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데이터 반출 없이도 포켓몬고가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나이언틱측은 구글과의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지도와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데니스 황 이사는 "공공의 지도 데이터 소스를 사용했다"라며 "지도와 관련해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선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포켓몬고가 상륙하면서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출시 첫달에 2억650만달러, 5개월 만에 7억88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포켓몬고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고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운 계절이기에 초기와 같은 반응을 얻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포켓몬고는 이전과 다른 AR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거품이 많이 끼었다"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겠으나 장기적으로 게임 흥행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 증대까지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