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스타트업 시장(KSM)이 개설된 지 만 넉 달이 지났다.
KSM은 투자자들에겐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스타트업 기업엔 자금공급원을 늘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장외시장이다. 최종적으로는 코넥스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도 한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는 달리 KSM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실제로 시장 개설 후 4개월이 넘도록 체결된 거래는 단 한 건에 불과했고, 거래금액은 간신히 100만원을 웃돌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다음 달부터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 스타트업 특화시장…넉 달간 거래는 단 한 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기업에 특화된 KSM을 개설했다. 현재 43개 기업이 등록했다. 크라우드펀딩 성공 기업이 28개사로 가장 많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책금융기관,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산업진흥원 등 추천기업이 총 15개사다.
KSM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는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KSM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후에는 스마트폰 앱이나 증권사를 통한 유선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다. KSM은 기존 장외시장의 단점인 거래 대상 탐색과 협상 기능을 강화했다. 투자자가 주문을 게시하고 협상에 따라 양쪽 당사자가 거래 조건에 합의하면 즉시 계좌 간 이체 방법으로 매매가 성립된다.
하지만 시장 개설 후 4개월이 넘도록 거래가 체결된 기업은 셈스게임즈 한 종목뿐이다. 거래량은 4주, 거래대금은 108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셈스게임즈는 지난 2월 시장 등록 후 처음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투자자 24명으로부터 목표금액 7500만원을 100% 모집했다.
◇ 전매제한 완화 등 각종 유인책도 '글쎄'
시장 내 거래와 크라우드펀딩 모집 모두 부진하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부랴부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인 이상으로부터 1억5000억원 이상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KSM 등록기업은 지정자문인 없이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KSM에서 코넥스로, 또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사다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국거래소는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인 이상으로부터 1억5000억원 이상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KSM 등록기업은 지정자문인 없이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KSM에서 코넥스로, 또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상장사다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KSM 등록기업을 대상으로 데모데이 개최, 크라우드펀딩 교육·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중기특화증권사, 한국성장금융, IBK기업은행 등이 공동으로 조성한 80억원의 규모의 시딩(Seeding)펀드도 투자를 시작했다. 시딩펀드는 KSM 등록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선도적인 투자자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다 금융위원회가 전매제한 규제 완화 카드도 빼 들었다. 그동안 KSM 시장을 통해 거래된 증권은 원칙적으로 1년간 전매가 제한됐다. 오는 4월부터 이 규정을 없애 거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인위적인 육성정책만으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시장인 만큼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고, 거래 안전성 확보와 탄탄한 기업 발굴도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SM의 상위시장인 코넥스시장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KSM 활성화는 더 쉽지 않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늘리려면 더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투자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