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증권 인수와 함께 올해 KB금융지주 계열사로 새롭게 거듭난 KB증권이 현대그룹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우고 있다.
현대아산과 현대경제연구원 등 과거 현대상선을 대주주로 두던 시절 떠안았던 일부 현대그룹 계열사 보유지분 가치는 아예 0으로 감액 처리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종합연수원의 경우 지난해만 각각 2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지분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옛 현대증권이 가지고 있던 비금융 현대 계열사들의 흔적을 거의 지웠다. KB증권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4.05%)와 현대아산(4.98%), 현대경제연구원(10%), 현대엘앤알(4.9%), 현대산업개발(1.1%), 현대종합연수원(2.9%) 등의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현대아산과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엘앤알의 경우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분가치는 모두 0으로 감액 처리했다. 보유지분 가치를 따져보면 현대아산은 46억원, 현대엘앤알은 27억원, 현대경제연구원은 4억8000만원에 달하지만 모두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털어버렸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종합연수원은 지난해 각각 22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분가치가 떨어졌다.
특히 부동산 자문 및 중개업체인 현대엘앤알 지분은 2012년 유상증자 당시 옛 현대증권이 계열사로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물량이다. 당시 459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물량 중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가 각각 207억원, 현대증권이 44억원을 떠안았다.
옛 현대증권은 2014년 매각을 앞두고 현대엘앤알의 사모사채 610억원을 인수하면서 대주주 신용공여 논란을 빚었고,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다. 현대증권은 앞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에 대해서도 200억원을 출자했고 이 역시 계열사 지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대유엔아이 지분의 경우 회계상 채무증권인 무의결권부 상환우선주여서 타법인 출자 지분엔 따로 표시되지 않은 상태다.
보유지분 감액 처리는 지분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실제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손상차손 인식을 통해 손실로 처리한다. KB증권의 경우 옛 현대증권 시절 계열사에 투자했던 물량을 그대로 떠안으면서 통합법인 출범 전에 지분가치 조정을 통해 잠재적 부담을 떨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