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채권시장은 한바탕 크게 술렁였다. 외국인이 불과 나흘간 3조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주식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지난 달까지 석 달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4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북한 리스크 고조와 함께 외국인의 바이(Bye) 코리아가 시작되는 게 아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진짜 속내는 추석 연휴 이후 판가름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과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이 예정돼 있어 북한 리스크의 해법을 찾는 변곡점이 될지 기대가 모인다.
◇ 주식·채권시장에서 일제히 순매도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무려 2조964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면서 채권시장도 크게 술렁였다. 특히 만기가 거의 다된 채권이 아니라 5년 이상 남은 장기채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시장의 동요가 더 컸다.
국채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간 3년물 국채선물은 5조2234억원, 10년물은 1조1738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모두 1조61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석 달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7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팔아치운 주식만 4조3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모두 9조2300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석 달간 올해 들어 순매수한 금액의 40%를 다시 빼간 셈이다.
◇ 북한 리스크 금융시장 영향 장기화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은 매수와 매도는 항상 반복된다. 하지만 최근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동시에 대거 매물을 쏟아내면서 바이(Bye) 코리아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 달 26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긴장이 길어지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바이(Bye) 코리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채권시장에선 외국인 매물 폭탄이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한 해외 큰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 역시 연초 이후 대규모 순매수에 따른 차익실현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주춤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자 일단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바이(Bye) 코리아냐 바이(Buy) 코리아냐
바이(Bye) 코리아가 본격화할지 아니면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설지 외국인의 진짜 속내는 추석 연휴 이후 드러날 전망이다.
역시 가장 큰 변수는 북한 리스크다. 특히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 고조될 경우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상황은 나쁘지 않다. 최근 미국 국무부장관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 리스크가 중대 고비를 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곧장 "시간 낭비"라고 반박했지만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도 이런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 일제히 긴축 기조로 들어가고 있어 북한 리스크가 한풀 수그러들더라도 외국인이 급격하게 돌아오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매도가 이어졌다"면서 "북한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한 경우는 없었지만 이런 우려가 계속되면 외국인의 원화 자산 축소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