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다른 이름인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고, 투자금액도 만만치 않아 기관이나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반 공모 펀드처럼 소액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 펀드가 허용된 데 이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소액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지난달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인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혼합자산펀드'를 선보였다. 정부는 올해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를 허용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헤지펀드는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법정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이고 펀드당 가입인원도 49명으로 제한돼 그동안은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공모 재간접 펀드가 선보이면서 가입 금액이 500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혼합자산펀드는 국내 설정 운용규모 300억원 이상, 설정된 지 1년 이상 지난 헤지펀드 가운데 정량 및 정성 평가와 실사 등을 거쳐 우수 펀드를 선별한다. 이후 투자 전략별 배분과 리스크 관리 원칙에 따라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한다.
롱숏과 채권 차익거래, 메자닌, 원자재 투자 헤지펀드(CTA)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해 다양한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한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요인이 감지되거나 전략 배분 조정이 필요한 경우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 미래에셋 이어 KB운용도 재간접 펀드 출시
이에 질세라 KB자산운용도 뒤를 이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KB한국형헤지펀드혼합자산투자신탁(사모투자재간접형)'을 내놨다. KB자산운용 역시 구조는 거의 같으며, 롱숏과 롱 바이어스, 이벤트드리븐, 메자닌, 매크로, 멀티 전략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 두 펀드의 경우 편입 헤지펀드 특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성과도 엇갈릴 전망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29일까지 140억원을 모았고, KB자산운용은 이달 말쯤 자금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선 초기 상품인 만큼 두 운용사 모두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채권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 리스크는 그대로…환매시점도 월 2회 고정
물론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있다. 헤지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 공모 재간접 펀드라 할지라도 리스크는 마찬가지다.
이번에 출시된 펀드들은 사모펀드의 파생상품 위험 평가액과 금전차입 한도가 최대 400%까지 허용돼 일반 공모 펀드 대비 레버리지 수준이 현저하게 높아질 수 있다. 또 공모 펀드에서 적용되는 분산투자 등 운용 제한 요건이 없어 특정 종목이나 자산으로 투자금액이 쏠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양한 유형의 공사모 펀드에 대한 트랙 레코드와 글로벌 재간접 헤지펀드를 운용하며 쌓은 다양한 펀드평가 툴 등을 강조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편입하는 펀드의 특성상 매입과 환매는 보통 공모 펀드와 다르게 월 2회 특정일에만 가능하다. 중도 환매 시 수수료 부담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1년 미만 환매 시 환매금액의 1%, 3년 미만 0.5%를 환매수수료를 부과한다. KB자산운용의 경우 1년 미만 시 1%, 1년 6개월 미만 시 0.5%, 2년 미만 시 0.1%다.
사모펀드에 자산총액의 50% 넘게 투자하는 만큼 공모 펀드에 적용되는 공시 의무도 없어 운용 정보도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설정 후 1년이 지난 후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는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어렵거나 임의 해지될 가능성도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