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4월에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 고비를 무난히 넘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장 협상과 맞물려 평소보다 긴장감이 높았지만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특히 대만이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대미 무역흑자가 현 추세대로 계속 줄어들 경우 관찰 대상국에서 빠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환율조작국 無…관찰 대상국 유지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10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미국은 종합무역법(1988)과 교역촉진법(2016)에 따라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하고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연간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 이상 ▲GDP 대비 연간 달러순매수 규모가 2% 이상에 모두 해당할 경우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하고 2개만 충족할 때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왔다.
한국은 지난 4월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2가지 조건에 해당하면서 관찰 대상국이 유지됐다. 지난해 7월~올해 6월까지 대미 무역흑자가 220억달러로 200억달러를 웃돌았고 GDP 대비 경상흑자도 5.7%였다. 반면 GDP 대비 달러 순매수 규모는 0.3%로 기준을 한참 밑돌았다.
◇ 대미 무역흑자 감소세…대만처럼 제외 기대도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환율조작국이 없었다고 밝히며 한국 외에 중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를 관찰대상으로 지목하고 대만은 제외했다. 대만의 경우 3가지 요건 중 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만 충족했고, 외환시장 개입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만은 지난해 10월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후 올해 4월엔 1개 요건에만 해당했지만 일단 관찰 대상국이 되면 최소 2차례 연속 관찰 대상국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에야 빠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시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지난 6월까지 1년간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직전 연도 277억달러에서 20.6% 줄었다.
따라서 무역흑자가 추가로 감소해 200억달러를 밑돌 경우 1개 조건에만 충족하게 돼 대만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4월 이후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줄고 있다"며 "미국과의 교역 협상 시 명분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미국 언제든 돌변 가능…안심 일러
최악의 상황은 물론 중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중국만 해도 이번 역시 대미 무역흑자 관련 요건에만 해당했지만 관찰 대상국에 계속 포함됐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3570억달러에 달하며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과다한 국가의 경우 다른 요건과 상관없이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다는 원칙이 적용돼서다.
환율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수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