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산업자원부에서 나오면서 대기업 대신 중소벤처기업을 선택한 이유다. 2009년 소형사였던 키움증권을 9년 동안 이끌어오면서 지금의 중대형사로 키우는 데 큰 힘이 된 소신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권 사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소신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선거 활동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 회원사 많이 만나고, 열심히 하고 있다.
- 자신의 강점은
▲ 업계에서 현직 사장들과 9년 동안 함께 했다.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애환도 나누고 한 업계에서 동고동락했다. 초대형 IB, 중소형사, 자산운용사 사장을 비롯해 금융 당국 관계자까지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오픈디스커션(open discussion)이 가능하단 얘기다.
- 현직 프리미엄이 거론되는 이유인가
▲ 단순히 현직이라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내 스타일 자체가 진정성을 가지고 평상시에도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 관료 출신인 점도 프리미엄 요인 중 하나다
▲ 강점이 될 수 있다. 사실 금융투자업 본연의 업무를 위해서 금투협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모험자본을 통한 중소벤처 등 이슈를 보면 많은 업권이 연관되어 있다. 금감원, 금융위,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부 등 여러 부처가 관계되어 있다. 각 부처와 유관기관, 산하기관까지 컨택해야 하는 조직도 많다.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풀로 가동할 수 있다.
- 모든 업권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금융투자업계는 기존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 4차 산업혁명 등 무시할 수 없는 이슈들이 현실 속에 들어왔고, 이로 인해 같은 일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사고의 틀이 우리 안에 갇혀 있어선 안 되고, 이제 전 산업에 걸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다행히 내가 만나고 있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생각보다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감동할 정도다.
- 업계에서는 권 후보가 IT 전문가라 이 부분에 기대가 많다
▲ IT 전문가라는 호칭은 나에게 일부분일 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11년 있었는데 이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가 아니겠나? 다만 금융투자업 본연의 정체성을 기본으로 하되, 새로운 기회인 IT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에서는 전자공학과 반도체를 공부했고, 미국에서는 경영 석사를 공부했다. 관료 시절에는 실물 경제 부서에서 근무했고, 기업에서는 IT와 금융투자업을 경험했다. 다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균형 있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협회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은
▲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은 금융투자업계에는 기회와 위기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IB와 비교해도 블록체인 기술 투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라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관련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협회나 회원사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퀀트 기반의 알고리즘 솔루션 같은 것들은 과제가 큰데, 회원사들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함께 고민할 수 있겠다. 클라우드서비스도 금융투자업 규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나 금융정보보호 관련해서 협회가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관련 분야에 대해 키움증권에 있으면서도 준비를 해왔고, 다른 회사들도 열심히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이제 협회 차원에서 강하게 착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증권업계 수수료 경쟁을 촉발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 옛날 얘기다. 최근의 상황은 오히려 여타 증권사들이 무료 수수료를 강조하고, 키움증권은 플랫폼을 강화해 컨설팅과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를 더 받기도 한다.
사실 키움증권이 지점 방문 고객 수수료를 낮췄다고 하면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키움증권은 지점 방문이 어렵고 투자 자체가 어려운 대중에게 새로운 온라인이라는 채널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혁신이라고 본다. 최근의 무료 수수료 경쟁과는 다른 차원이다.
- 업계 가장 중요한 현안은
▲ 모든 것이 규제와 연관된다. 관료 조직은 규제 개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같이 고민하고 발전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회나 감사원까지 설득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규제 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설득 대상들과 관계를 긴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처럼 규제가 후발적인 것들도 있다. 새로운 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회가 회원사나 학계 등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개선안과 입장을 정리해 내놓을 필요가 있다.
- 중소형사 특화 전략은
▲ 차별화할 수 있도록 여건과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협회장이 되면 중소형사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일 것이다. 중소형사들 보면 이미 IB 부문에서 특화를 시키고 있는 회사 많다. 부각이 안 됐을 뿐이다. 이런 회사들이 드러나게 하고 규제 개선을 돕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이다.
소형사가 중형사로 가고 중형사가 대형사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 완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왜 규제는 대형사, 중소형사 모두 같은가. 규제도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시도조차 못 해본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해지면 금융투자업계가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투자자도 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황영기 회장이 만든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 굉장히 잘 만들었고 역작이다. 어떤 것은 당연히 추진할 것이고, 일부는 구체적인 것이 결여된 부분을 보완해 추진할 것이다. 황 회장이 계속했으면 구체화해서 추진했을 텐데, 그 부분을 새 협회장이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테크놀로지 분야 전문가인 테크뱅커 육성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면 직업 분류, 차이니즈월 등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 자산운용협회 분리 얘기 나오는데
▲ 협회장 선거에서 자산운용협회 분리가 쟁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의견을 얘기하겠다. 협회가 할 수 있는 것, 본질적인 것에 대해 우선으로 얘기하고 싶다.
-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강점은
▲ 나에게는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공무원 관두고 나올 때 내 자발적 의지로 중소벤처기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가자마자 2000년 벤처 버블이 터졌다. 당시 도망가지 않았고, 회사 역시 생존을 넘어 발전했다. 중추적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키움증권에도 2009년에 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라 쉽지 않았다. 당시 키움증권은 소형사였지만 금융위기를 딛고 중대형사로 성장했다.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다.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 위기관리 능력과 생존 능력이 있다고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 관료 출신, IT 전문가, 소형사 출신 등등 나를 두고 많은 호칭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속했냐 보다 내가 어떻게 일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직원들에게도 늘 했던 말이다. 회사가 작더라도 구성원은 절대 작지 않음을 믿는다. 항상 그 자부심으로 직원들과 함께 진정성을 가지고 일했고, 업계 관계자들과도 함께 뒹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