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웃돌며 금리 상승 공포가 다시 증시를 엄습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금리가 급등하며 주가가 하락한 바 있어 또다시 조정 빌미로 작용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장 금리가 3%대에 안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상승 기조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대목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다만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을 동반하고 있는 데다 이미 한차례 소동을 겪은 터라 감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 4년 만에 밟은 3%대…주눅 든 증시
미국 10년 금리가 3%를 돌파한 것은 2014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미국이 금리를 꾸준히 올려온데다 최근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미국 금리도 상승세를 탔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빨라지며 미국 금리는 크게 오른 바 있다. 이후 무역 분쟁 우려로 잠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갈등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기업 조달 비용 상승 측면에서 주식 시장에 부담이다. 이에 더해 미국 금리가 오르는 반면, 국내 채권 금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폭도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고 이머징과 선진국 간 금리 차가 확대될 경우 투자자금 이탈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부담이 더 크다.
밤사이 미국 증시는 양호한 기업 실적에도 금리 상승 악재로 급락했고 한국 증시도 하락하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 3% 안착 여부 분분…장기적론 우상향
시장에서는 금리가 당장 3%대에 안착할지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리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이미 한바탕 소동을 겪으면서 3%에 대한 저항은 상당히 누그러졌고 최근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들도 금리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이번엔 미국 시장금리가 3%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경제의 확장 국면이 예상보다 연장된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며 "당장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기보다 3.2%대까지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미국 금리가 올해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중장기 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플레 지표와 유가가 임계 영역에 진입하면 당장에 금리도 3%선에 안착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판단했다.
◇ 금리 민감도 따지는 투자 접근 필요
국내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일단 부담이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업종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 수혜 주식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략 수립에 있어 미국 금리 변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 구간에서 부진했던 정보기술(IT)이나 헬스케어 등 성장주의 경우 부진했고 최근 약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했다. 고배당주 역시 금리 상승 시기에는 매력이 급속도로 사라질 수 있어 배당 수익률이 높은 유틸리티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리 상승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금융업이나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시클리컬 업종은 유망 투자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한차례 금리 상승 소동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시장 충격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증권은 "미국 주가 급락에도 주식시장 심리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모습"이라며 "연초와 똑같이 금리 급등을 우려하며 증시가 하락했지만 향후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B증권도 "증시 상향 돌파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에 유가와 금리 상승으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2월 초같이 두려움이 크지 않다"며 "저항선을 돌파할 에너지를 모으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