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직원들 사이에서 외국어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대만계인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중국어 열풍이 분데 이어 최근 신임 대표가 교체된 후 이번엔 영어 공부에 빠졌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대만의 금융 그룹인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동양에서 유안타로 이름을 바꿨다. 인수 후 5년이 된 지금도 직원 대다수는 동양증권 시절부터 재직한 한국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유안타는 인수 후 공동대표제로 대표를 두명을 뒀고, 그중 한명을 대만 측 인사를 내려보냈다. 한명은 대만, 한명은 한국 대표인 셈이다. 2014년 인수 당시엔 서명석 대표와 황웨이청 대표가 공동 대표 자리를 맡아 5년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유안타증권에서는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공부하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대만 대표와의 미팅이나 보고에서 항시 중국어 통역사가 동석했고 한국어를 써도 무방했지만 일상적인 인사나 안부를 묻거나 혹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어 공부에 나선 것이다.
회사가 대만계로 탈바꿈하고 중화권 특화 증권사로서 업무를 차별화하면서 업무적으로도 중국어에 능통한 것이 유리한데다 실제 유안타증권은 유안타로 사명을 바꾼 후 이뤄진 채용 절차에서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해왔다.
그러나 올해 서명석 대표는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대만 본사로 돌아간 황웨이청 대표 후임으로 궈밍쩡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 기업금융 총괄임원이 신규 선임된 후 다시 외국어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이번엔 중국어에 더해 영어 공부가 필요해졌다.
궈밍쩡 대표는 대만인이지만 미국 텍사스 대학교 알링턴 캠퍼스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영어 실력이 유창할 수밖에 없고 워낙 영어를 모국어처럼 편하게 하다보니 종종 회의나 보고 중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의사를 자주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 대표는 팀장급까지 직보고를 받고 있고 특히 대표 입장에선 통역사를 거치지 않고 직원들과 바로 생각을 나누고 싶어하다 보니 간단한 대화나 질문을 영어로 한다는 얘기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커졌다. 영어로 말을 건냈을 때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직원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어설픈 실력으로 영어로 답변할 경우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임직원들 사이에선 아예 대표 앞에서 영어를 하지 않아 중국어를 쓰게 하거나, 대표에게 잘 보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영어 공부에 매진하거나 둘 중 한가지를 택하란 조언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로 변모하면서 외국인 대표를 대하는 임직원들의 자세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의도가 어떻든 발전적인 현상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