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만큼 맨파워(Man Power)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없다.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같은 전문 서비스는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의 핵심 경쟁력이 사람이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자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가 확대되면서 끈끈한 인맥이 '초대형 딜'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임원진 프로필을 통해 얼기설기 엮인 증권가 파워인맥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 투자은행(IB) 영역에선 고려대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IB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주요 임원 상당수가 60년대생 고대 출신이다. IB가 전통적 수익원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보다 수익성이 좋다보니 주요 증권사는 이미 IB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대거 교체했다.
28일 비즈니스워치가 자기자본 5000억 이상 21개 증권사 분기보고서 상에 올라온 주요 임원 750명(3월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IB 부문에서 고려대 출신이 강세다.
대표적으로 작년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9년 옛 대우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해 메리츠종금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4년 대우증권으로 복귀해 통합법인 미래에셋대우 IB 사업을 이끌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김 사장의 뒤를 이어 미래에셋대우의 IB1부문을 책임지는 강성범(51) 전무는 1968년생으로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작년말 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강 전무는 과거 기업금융본부(현재 1·2본부)와 경영혁신부문을 이끌다 IB 부문으로 돌아왔다.
IB 부문에서 고대 출신 인사는 이 외에도 문정운(55) 하이투자증권 IB사업본부장(이사)과 김철은(55) 유진투자증권 IB본부장(전무), 유식열 IBK투자증권 IB사업부문장(전무) 총 5명에 달한다.
고려대 다음으로 서울대·연세대가 많다. 서울대 출신은 최훈(54) 미래에셋대우 IB3부문대표(부사장)와 최승호(55) NH투자증권 IB2사업부대표(전무), 정운진(55) 신한금융투자 GIB그룹(부사장) 3명이다. 이 가운데 최 전무와 정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경제학과 동기다.
연세대 출신은 죄다 경영학과를 나온 것이 이채롭다. 조양훈(52) 한국투자증권 상무(IB3본부장)와 배영규(50) IB1본부장(상무), 강덕범(47) 현대차증권 IB2본부장(전문상무)은 같은과 선후배 사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라인도 적지 않다. 조병헌(53) KB증권 IB2총괄본부장(전무)와 손승균(55) DB금융투자 IB사업부 부사장이 나란히 경영학과를 나왔다.
충북대 인사도 눈에 띈다. 박지환(58)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전무)과 송영선(55) 현대차증권 IB1본부장(전문상무)은 각각 회계학, 경영학과 출신이다.
해외파도 많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봉원석(54) 미래에셋대우 IB2본부대표(부사장)은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MBA를 나왔다.
신원정(53) 삼성증권 IB부문장(전무)는 런던경영대 재무학 석사, 정재필(50) 현대차증권 IB3본부장(전문상무)는 하버드대 건축도시설계학을 최종 학력으로 올리고 있다.
IB는 증권사의 역점 사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최근 인사를 통해 IB 전문가를 CEO로 교체하고 있다. 작년말 한국투자증권은 IB 전문가인 정일문 신임 대표를 선임했고, KB증권도 박정림 신임 사장과 ‘IB통’인 김성현 사장을 각자 대표로 함께 발탁했다.
NH투자증권을 이끄는 정영채 사장도 IB 실력자로 유명하다. 정 사장이 경영 키를 잡으면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사상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올 1분기 1716억원의 순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