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비상장 주식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효과와 저금리 시대에서의 대안 투자로서 비상장 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등이 최근 비상장 기업 리서치를 시작했다. 또 유안타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코스콤 등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비스에 나서는 등 장외 주식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 왜 비상장 주식인가?
비상장 주식 시장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성장성이 충분하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스타트업과 벤처 수가 늘면서 자금 조달을 하고자 하는 기업도 늘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벤처기업 수는 3만6000여개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종도 과거 제조업 위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IT, 미디어, 게임, 영상, 유통 업종 등이 생겨났다.
여기에 정부가 모험자본 육성과 스케일업 펀드 조성을 통한 '제2의 벤처 붐'을 꾀하면서 자본 조달 공급 창구가 확대되고 있다. 초기 투자자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창구 마련 등 다양한 정책안은 공급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저금리 기조와 불안정한 증시 환경으로 대체 투자 군을 찾는 투자자 수요가 충분하다. 최근 공모주 투자나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한화 1조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도 한국에만 9개 기업이 탄생하면서 비상장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형성되고 있다.
◇ 베일에 싸인 시장 규모는?
한국의 비상장 주식은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로 대표되는 사설 시장에서 거래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와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KSM이 있지만 K-OTC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은 6750억원 수준으로 전체 시장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설 장외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사실상 집계 불가하지만, 업계에서는 2014년 기준 연간 통일주권 거래대금이 6조원가량으로 추정한 바 있다.
증권법상 규정되어 있는 통일주권 외에 통일주권 미발행주식 시장까지 더하면 거래량은 꽤 큰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가 사설 시장 거래량이 전체 장외 주식시장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설 장외시장은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서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직접 거래 하는 형식이라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지 않아 거래 과정에서 허수 호가, 결제 불이행 등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시장의 특성을 노려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 행위도 많다 .
업계는 이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 안전한 거래 플랫폼을 제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확보해 거래 수수료를 비롯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외 주식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높은 리스크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므로 증권회사별로 입장이 다를 순 있다"며 "단순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성장기 유망 벤처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만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