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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투협회장의 빈자리, 그리고 신중과 용기

  • 2019.11.14(목) 08:40

이르면 내주 임시 이사회서 후추위 구성
당국·업계·조직·대중 모두 챙길 인물 필요

"정부, 청와대, 국회, 언론 등 어디든 신발이 닳도록 다니며 규제 선진화와 세제 선진화에 몰두하겠다" (故 권용원 4대 금융투자협회장, 2018년 1월25일 당선 직후 소감)

비록 2021년 2월3일까지의 임기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권 회장은 임기 동안 당선 직후에 자신이 공약한 바를 지키는데 모든 열정을 쏟았다. 실제 자본시장 규제와 세제 개혁을 위한 물꼬를 트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권 회장의 장례가 끝나자 차기 협회장 선거 일정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현만 협회장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임시 이사회 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주 초 임시 이사회가 열릴 전망이다.

임시 이사회에서는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선거 일정과 절차 등을 정한다. 외부 압력을 배제하고 회원사들의 뜻으로만 협회장을 뽑는다는 원칙에 따라 비공개 하에 5명 내외의 후추위를 구성한다.

후추위는 협회장 후보 공모에 지원한 예비 후보자 가운데 2~3배수가량을 최종 후보자로 추리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복수의 최종 후보자 선정 작업이 끝나면 공식 선거 기간을 거쳐 회원 총회에서 296개 정회원사가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1사 1표씩 행사하는 균등의결권(40%)과 회비 분담률에 따라 행사하는 비례의결권(60%)을 반영해 집계한 결과로 당선이 결정된다.

당선까지는 앞으로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기간이 중요하다. 급하다고 빨리 갈 것이 아니라 급할수록 업계와 조직에 필요한 인물을 뽑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

과거 선거에선 선거 몇달 전부터 유력 후보자들이 거론되며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갑작스런 선거 일정인 데다 권 회장 장례가 이제 막 끝난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나서기에도 애매하다. 괜찮은 후보를 선거전으로 끌어오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우선 금융당국과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권 회장이 이끌어오던 과제를 끝까지 수행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보통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제 더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얘기다.

사실 권 회장이 1년 1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놓은 결과물은 차기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권 회장은 증권거래세 인하와 차이니스 월 폐지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

또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비롯해 자본시장 혁신과제와 퇴직연금 개편안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한 각계 합의를 끌어냈다. 이제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진 사안들을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부 조직을 챙기는 일도 막중하다. 권 회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조직 전반의 개혁을 위한 일차적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차기 회장은 노조를 비롯해 다소 흩어진 내부 조직을 다시금 결속 시켜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 자본시장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권 회장은 언론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 정책과 업계 시각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차기 회장은 더 좋은 상품과 기대할 만한 수익률, 합리적인 과세체계 등 실질적인 부분을 앞세워 대중이 자본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모두의 이목이 쏠려 조심해야 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너무 어려운 자리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줘야 할 일이기에 금융투자업계는 능력을 갖춘 누군가의 용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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