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8% 이상 폭등했다. 지난 19일 8%대 폭락세를 연출한지 3거래일 만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전례 없는 부양에 나서자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아직 안심은 이르지만 공격적인 부양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유가 등은 여전히 변수로 지목된다.
◇ 연준의 부양, 차고 넘쳤다
미국 연준은 전날 말 그대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시한도 무기한이다.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투자등급 회사채 매입에도 나서기로 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방책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밤사이 미국 의회에서 재정 부양을 위한 법안이 지연되긴 했지만 결국엔 강력한 재정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의 강력한 부양책에 국내 증시를 포함, 아시아가 일제히 환호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8.6%(127.51포인트) 오른 1609.97에서 장을 마치며 1600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조치가 최근 속절없이 하락하던 시장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단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 안정의 초석"이라며 "강력한 시장 안정 의지를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융위기 때처럼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조치도 향후 적절한 조치로 평가될 것"이라며 "달러로만 몰렸던 금융불안이 적어도 안전자산 불안을 진정시킨 다음 단계적으로 위험선호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 외국인 14일 만에 전기전자업종 매수
특히 시장에서는 이날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 순매수로 돌아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0.47% 오른 4만6950원을, SK하이닉스는 13.4%오른 7만8700원을 각각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도 매도세를 이어갔지만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 밑으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외국인이 전기전자 업종을 무려 14거래일만에 전환했다"며 미국 IT 섹터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한 점도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해 초 외국인이 순매수 랠리를 시작했던 수준을 밑돌고 있는 점도 향후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NH투자증권은 연준의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경색이 고점을 지나고 극단적 현금 선호도 조심스레 고점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 코로나19·유가 여전히 변수
다만 최근 폭락장의 진원지인 코로나19 확산세와 유가는 변수다. 밤사이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내린 부양책 패키지의 의회 통과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재정정책 조기 합의와 함께 미국 내 코로나 확산세 진정이 관건"이라며 "미국 증시가 전날 내린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 발 경제 충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한투증권도 "추가적인 감산 합의, 코로나19발 수요 회복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유가의 높은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당장은 석유 시장 수요와 공급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만큼 유가 상승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한다"며 "본격적인 유가 반등은 휘발유 마진 개선이나 공급 측 변화 시 현실화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