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증권사 NCR 논란'입니다. 신NCR(순자본비율) 도입 후에도 신NCR과 구NCR(영업용순자본비율)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증권사들과 신평사의 이유 있는 고집, 업계와 당국의 오랜 고민을 짚어봅니다.
신NCR 도입 후 증권사들은 구NCR을 자체적으로 공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서도 구NCR은 도입 직전인 2015년 말까지만 조회가 가능합니다. 구NCR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업용순자본과 총위험액을 각각 산식에 넣어 계산을 해야 하죠.
신NCR을 넉넉히 충족하는 증권사들이 이런 구NCR을 더 신경 쓰고 기준을 맞추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상당히 모순적입니다. 신NCR과 구NCR 간 괴리가 극단으로 가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간 신NCR이 위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변별력이 적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절충한 새로운 지표가 나와줘야 한다는 주장이 꽤 오랫동안 제기돼왔는데요.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팔짱만 낀 채 먼 산만 바라보는 형국입니다.
당국은 신NCR을 도입한 후에도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대해선 구NCR을 다시 적용하려는 이중적인 행태도 보이는데요.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은 여수신·보험·금투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을 뜻하는데 금융지주회사 등은 제외됩니다. 현재 감독 대상은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6개 금융그룹으로 모두 증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서는 그룹의 통합 자본적정성을 중요 보고 항목으로 정하고, 금융 부문 전체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을 업권별 자본 규제 최소 기준 합계(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증권사 자본건전성을 판단할 때 자본 활용 수준보다는 위험에 대비한 자본 규모를 측정하는 구NCR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결국 금융당국도 신NCR의 한계를 인정함 셈인데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2년 전부터 도입을 추진해 최근 관련 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구NCR도 불완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구NCR을 활용하는 신평사들조차 구NCR이 실질 위험을 측정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부동산 집합투자증권 투자에 대해서는 높은 위험가중치를 부여하고, 대출 채권은 전액 자본에서 차감하는 등 동일한 위험을 지닌 자산이라도 서로 다른 위험값을 적용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인데요.
그래서 신용평가사들은 실질 위험과 지표 간 괴리가 존재하는 만큼 회사의 자본력, 사업전략, 리스크 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신NCR이 자본 활용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구NCR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방어적인 능력을 중시하는데요. 그만큼 둘 간의 절충이 필요하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 합리적이고 완벽한 지표를 단번에 뚝딱 만드는 것 또한 불가능한데요. 그런 측면에서 결국 현재 논란은 가장 최선으로 가는 일련의 여정일 수 있습니다
미국만 해도 NCR 지표는 변화무쌍했습니다.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42년이고, 1975년 또 다른 방법의 NCR이 도입되고, 1990년대 변화를 거듭해 지난 2004년 도입된 NCR은 금융위기 이후 감독 기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폐지되기도 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의 NCR은 점진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며, 현 규제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 데는 기존 규제의 불합리성을 고치기 위해 새로운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NCR과 달리 국내 규제 체계는 증권사들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아직 갈 길이 먼데요. 논란의 중심에 있는 NCR이 국내 금융환경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고민을 통해 증권업 발전에 득이 되는 지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