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례없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새롭게 역사를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스피를 끌어올린 견인차도 코로나19로 평가된다.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내년 경기 개선 기대감까지 이미 선반영했지만 코스피 전망은 밝게 점쳐진다. 내년 코스피 예상밴드 상단으로는 최대 2900선까지 제시되고 있다.
◇ 2년 10개월 만…외국인·삼성전자 '선봉'
2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49.09포인트, 1.92% 오른 2602.59에서 장을 마감하며 처음으로 26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2605.58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은 지난 2018년 1월 29일 이후 2년 10개월여 만이다. 당시 코스피는 장중 2607.10까지 올랐고, 종가 기준으로는 2598.19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하향 곡선을 그리다 연말쯤 반등에 나섰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흐름이 크게 꺾이는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동학개미운동 등 신규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며 낙폭을 모두 회복했고 결국 직전 고점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5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2500선을 단숨에 넘었고 5거래일만에 2600선 고지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 이후 반등 국면을 개인이 꾸준히 주도했다면 사상 최고점을 이끌어낸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5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고 23일 하루에만 1조원 가까이를 무섭게 사들였다. 외국인 덕분에 삼성전자가 4% 이상 상승,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선봉에 섰다.
◇ 코로나가 바꾼 세상…위기보다 기회 주목
그간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넘쳐나는 돈의 힘이었다. 코로나로 경기침체가 우려됐지만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선제적인 부양에 나서면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코로나 대응이 양호한 한국 증시로 돈이 몰렸다. 여기에다 코로나로 증시가 급락한 사이 저가 매수를 노린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국내 증시에 없던 신규 자금 유입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코로나 불확실성이 고점을 갈아치우는 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시장에 풀린 돈은 코로나로 바뀐 투자지형 변화에 발맞춰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보다 새롭게 생겨난 기회를 더욱 주목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코로나 충격과 복원 과정이 시사한 것으로 공격적인 정책 대응과 풍부한 유동성, 기술주 쏠림이 거론될 수 있지만 이는 원인이라기보다 현상에 가깝다"라며 "달라질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하고 평가했다.
◇ 큰 흐름 지속 무게…내년 전망도 '우호적'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은 있겠지만 수급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내년까지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내년 전망에서 코스피 예상밴드는 사상 최고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2021년을 한 달여 앞두고 쏟아진 증권사들의 연간 전망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코스피 고점을 최대 2900선까지 예상했다. 코스피 예상밴드 최상단만 놓고 봤을 때 키움증권 2600, 하나금융투자 2700, 신한금융투자 2750, KB증권 2750, 메리츠증권 2800, NH투자증권 2800, 한국투자증권 2830, 삼성증권 2850, SK증권은 2900에 달한다.
단순히 기대감이라기보다는 최근 백신 개발이 현실화될 조짐과 향후 경기회복 탄력 강화 기대, 이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등 근거도 명확한 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은 180조원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추정치 개선을 반영해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SK증권은 "내년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질수록 부양 의지는 의심을 받겠지만 고용과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하면 걱정해야 할 상황은 생각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경기회복 국면에서 제조업 가동률 정상화가 기대되고 콘택트 소비도 제한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이후 하반기에는 글로벌 주요국 정부가 일제히 그린 분야 정책을 가능하면서 신성장 동력 기대와 유동성으로 상승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