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필두로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대형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시장에서 덩치가 커버린 이들 기업의 증시 입성이 기존 대형주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대형 신인들의 등장으로 수급이 한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SKIET, 몸값 높은 대형 신인 등장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이틀간 총 공모주식의 25%인 534만7500주를 대상으로 일반 청약을 받는다. 중복청약 마지막 기회인 만큼 투자자의 청약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SKIET 이후에도 대어들의 상장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 8일, 카카오뱅크가 15일, 카카오페이가 26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오는 6~7월 대형 IPO 스케줄이 겹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따상', '따상상' 등 공모주 효과에 따른 비상장 시장 열기가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몸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한화투자증권 '수요액티브전술집'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27개 기업이 상장한 가운데 시가총액 가중 기준 이들 상장사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82.6%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는 SKIET와 크래프톤 등이 이미 업종 대표주보다 높은 시가총액과 멀티플(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가중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SKIET의 공모가 기준 시총은 7조4862억원으로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 시총 50위 수준이다. 만일 SKIET가 상장 첫날 '따상'할 경우 시총은 19조4641억원으로 불어나 단숨에 23위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시총은 SKIET 기업가치에 20% 할인률을 적용해 결정됐다. SKIET의 기업가치는 9조4581억원으로 지난해 SKIET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인 1965억원에다 같은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들의 평균 EBITDA인 48.1배를 곱해 산정됐다.
◇ 공모주가 주도주로…엔터 대장주 된 '하이브'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이 기존 코스피 상장 대형주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생 대어들의 등장으로 코스피 시장에 이른바 '보이지 않는 거품'이 형성되며 이를 대형주들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규 공모주 등장이 기존 주식에 부담으로 작용한 사례는 지난해 상장한 '하이브(전 빅히트)'와 나머지 엔터주들의 주가 흐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이브는 상장 전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에도 상장 이후 단숨에 엔터주 대장 자리를 꿰찼다. 특히 보호예수가 끝난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주가는 최근 3개월간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나머지 엔터주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시장 공급 자금은 한정적인데 기존 엔터주 자금이 하이브로 이동한 탓이다.
이를 감안하면 SKIET 상장 후에는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 크래프톤 상장 후에는 게임 관련주의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와 크래프톤 등은 이미 업종 대표주보다 높은 시가총액과 멀티플을 받고 있다"라며 "비상장지수의 가파른 상승에 대한 부담은 코스피 대형주 시장이 나눠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