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경영위원회를 꾸리고 평가지표를 신설하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ESG 열풍에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ESG로 옮겨가자 운용사들이 그에 걸맞는 경영전략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ESG 경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 'ESG 경영위원회 규정'을 시행한다. 지난해 ESG 전담조직을 구성한 데서 나아가 ESG 원칙을 경영과 투자 전반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ESG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맡고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경영기획총괄, 주식·채권운용총괄, 글로벌운용총괄, 실물자산운용본부장,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등이 위원으로 포함됐다.
각 위원은 앞으로 소속부서의 ESG 투자 계획과 이행실적을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위원회는 ▲에너지 사용 절감 계획 ▲근로환경 및 사내 근로문화 개선 ▲기부처 지정 및 기부금 운영 한도 설정 등을 심의할 계획이다. 또 회사가 용역업체를 선정하거나 고유재산을 투자할 때도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했다.
같은 날 신한자산운용도 ESG 투자의 청사진을 담은 'ESG블루프린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해당 블루프린트에는 신한자산운용의 ESG 운용전략과 운영체계 등 체계적인 ESG 투자 내용이 담겼다.
현재 신한자산운용은 운용하는 펀드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ESG 2.0'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에만 적용되고 있는 ESG등급 'BB' 종목의 보유 비중 70% 이상의 기준을 이달부터 일반 공모 주식형펀드에 적용한다.
ESG 펀드와 같은 특정 전략 펀드가 아닌 일반 공모 주식형 펀드에 대해 ESG등급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국내 운용사 가운데 최초다. 그룹주·중소형주펀드 등 일부 스타일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펀드가 적용 대상이 된다. 현재 운용 중인 30개의 국내 액티브 공모 주식형펀드 가운데 16개 펀드가 해당 ESG등급 기준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이들 이외에도 국내 운용사 대부분이 ESG 경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15일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해당 위원회는 ▲전략 및 정책 수립 ▲관련 규정의 제·개정 ▲외부 이니셔티브 참가 ▲활동보고서 발간 등 ESG 전략과 정책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TCFD)에 가입하고 ESG 관련 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TCFD 서포터즈에 가입하고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SG평가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올 3분기 중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 내 실제 펀드 운용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ESG 투자 전담 조직도 3분기 중 신설할 예정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불면서 투자 흐름도 자연스럽게 ESG로 방향을 바꾸는 추세"라며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ESG 위원회를 신설하거나 투자지표를 개발하는 등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