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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40년 베테랑, 탑에 눈 뜬 사연

  • 2021.11.25(목) 15:56

김호경 전 산은자산운용 사장 인터뷰
전탑·모전석탑 등 매력에 빠져 탐방기

김호경(사진) 전 산은자산운용 사장과 만났다.

"골프에 '프리샷 루틴'이라는 게 있습니다. 스윙에 앞서 꼬박꼬박하는 예비동작이죠. 이걸 빠뜨리면 이상하게 샷이 잘 안 맞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던 루틴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니 쓸쓸하고 외롭더군요."

김호경 전 산은자산운용 사장은 지난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래 금융업계에만 몸담았다. 대우증권 인사부장·광화문지점장·리테일영업 총괄 및 홍보 담당 임원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8년에는 산은자산운용 사장으로 취임해 세계금융위기를 헤쳐나왔다.

무용담이 영원히 이어질 순 없다. 몇몇 기업의 상근감사·사외이사직을 끝으로 지난 2019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하자 갑자기 여유시간이 넘쳤다. 남들 따라 기타·색소폰 등 악기를 다뤄봤지만 별 재주가 없었다. 골프를 다녀도 라운딩이 끝나면 다시 혼자였다. 그때 운명처럼 탑이 김 전 사장에게 다가왔다.

"어느 날 친한 선배 따라서 경북 영양의 산해리오층모전석탑(국보 제187호)을 찾았습니다. 주변에 논밭뿐인 옛 절터에 큰 탑이 홀로 서 있었죠. 경주 출신이라 다보탑·석가탑 같은 석탑은 수없이 많이 봤지만, 그들과는 모양이 완전히 다르면서도 참 멋지더군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어요."

산해리오층모전석탑 전경/사진=김호경 전 산은자산운용 사장 제공.

그때부터 전탑(흙벽돌로 쌓은 탑)과 모전석탑(돌을 깎아 만든 벽돌로 쌓은 탑)을 찾아다녔다. 마침 사진 촬영에 취미를 붙이던 즈음이었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사진 강좌를 들으며 촬영 기술을 배우고 탑을 찍으러 전국을 돌았다.

개인 블로그에 탑 사진만 올리자니 허전해 해설과 수필을 조금씩 덧붙였다.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러기를 2년, 쌓아놓은 탐방기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 결과물이 '탑으로 가는 길(펴낸곳 휴앤스토리)'이다.

"전탑·모전석탑 자료사진을 찾아보면 죄다 한참 전에 촬영한 것들 뿐이에요. 긴 세월 동안 주변 경관과 탑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는데 말이죠. 탑의 최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자랑거리입니다."

그의 말처럼 전탑의 모습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비바람에 상하기 쉬운 재료 탓이다. 옛날부터 제 모습을 온전히 지켜온 전탑은 전국을 통틀어 5기에 불과할 정도다. 전탑 5기와 제1형식 모전석탑 9기, 제2형식 모전석탑 12기 등 총 26기 탑의 최신 컬러 사진과 탐방기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책을 눈여겨 볼만한 이유다.

이제 막 책을 냈으니 한숨 돌릴 법도 한데, 김 전 사장은 벌써 다음 탐방 주제를 정했다. 카메라를 들고 석탑을 찾아 다시 전국을 뛰어다닐 예정이다.

"신라 문화권의 석탑은 직선미가 있고, 웅장하며 남성적입니다. 반면 백제 문화권의 탑은 여성적이에요. 가늘고 우아한 선이 특징이죠. 문화권에 따른 석탑 형태의 차이를 조명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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