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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많이 늘었네' 주주 달래기 나선 기업들

  • 2022.02.21(월) 07:25

전년대비 40% 늘어…소액주주 목소리 의식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영향도 작용

미국발(發) 긴축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는 가운데 상장기업들이 배당을 예년보다 대폭 확대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2020년 배당금을 전년보다 10조원 넘게 이례적으로 늘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021년 상장기업 배당 규모는 40%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당장의 배당뿐만 아니라 미래에 배당 확대를 공언한 기업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주가 부양뿐만 아니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전자 제외해도 24조4000억…1조 클럽만 벌써 6곳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2021년 회계연도 배당금액을 공시한 12월 결산 국내 상장기업 548곳(삼성전자 제외)의 총 배당예정 규모는 24조4221억원으로 전년 17조5569억원보다 39.10%(6조8652억원) 늘어났다.

이는 2019년(17조3539억원) 대비로도 40.72%(7조682억원) 불어난 수치다. 아직 모든 상장기업이 결산 배당계획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도 이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으로 2020년에는 삼성전자(20조3380억원)를 제외한 그 어떤 상장사도 배당 규모가 1조원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삼성전자(9조8094억원)이외 △현대차(1조3006억원) △포스코(1조2856억원) △기아(1조2027억원) △KB금융(1조1455억원) △SK하이닉스(1조589억원) △신한지주(1조467억원) 등 벌써 6곳이 배당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배당 상장기업의 60%에 이르는 315곳이 모두 배당금액을 전년보다 더 풀었다. 배당에 적극적이지 않던 롯데렌탈(329억원)이 9배 넘게 배당금을 확대했고, 주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반토막 난 휠라홀딩스(600억원)도 5배 이상을 늘렸다. 이크레더블(327억원)과 동양생명(966억원), 우리금융지주(6543억원)도 모두 전년 대비 2.5배 넘게 뛴 배당 규모가 눈에 띈다.

직전년도 전무했던 배당금을 새로 푼 상장기업도 45곳이나 됐다. 2018년부터 배당을 중단했던 LG디스플레이는 모처럼 2325억원의 결산 배당을 집행하기로 했다. 2020년 중간배당부터 배당을 멈췄던 두산밥캣 역시 이번에는 1202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처럼 배당규모가 커지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기업들도 더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보다 훨씬 영리해진 소액주주들은 기업에 '주주의 몫'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주식시장 또한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로 크게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 이익'과 배당을 통한 '배당 이익'을 노린다고 할 때, 지금과 같은 조정장에선 자본 이익은 제한적이다. 결국 주식투자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배당까지 약속…ES'G' 주주환원 차원 풀이

상장기업들은 이제 결산 배당뿐만 아니라 미래 배당까지 약속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ESG 경영 차원의 배당 지급을 고심한 흔적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ESG 활동의 일환으로 배당 수준이 낮으면서 관련 정책이 없는 기업들을 비공개로 면담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작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5년부터 당해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 수준으로 현금배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FCF의 일정 비율을 현금 배당에 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장기 배당 원칙을 공개했다.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단 게 골자다. 통상 제조업종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에 대비해 장기 배당 계획을 쉽사리 얘기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한 태세 전환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시작된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상장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동성 랠리가 끝나면 '말 한마디(narrative)'보다 '동전 한 닢'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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