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사상 최대 횡령 규모로 물의를 빚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증시 퇴출 여부 결정이 미뤄졌다.
회사가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내부회계관리 개선방안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횡령금액의 절반 이상을 회수하지 못했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인 의견으로 '부적정'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내부통제 큰 흠 VS 지배구조 개선 의지
2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개선계획서를 토대로 이날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심의를 (추후에) 속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28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회사의 횡령금액은 2215억원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기심위는 △상장유지(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중 하나를 결정하기로 돼 있었다. 회의는 이날 오후 4시간 가량 지속됐지만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직원 1명이 여러 번에 걸쳐 2000억원 상당의 금액을 빼돌리는 동안 회사가 이를 전혀 알지 못했을 만큼 내부통제에 큰 흠이 있었다는 점이 기심위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힌 경영투명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의 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은 "자금 일보 검토과정에서 충분하고 적합한 내부통제 절차가 설계 및 운영되지 않아 직원에 의한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적시성 있는 적발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련의 미비점은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부외부채 존재 가능성 및 우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취약점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정지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금액은 2억7300만원 상당으로 크지는 않지만, 승소 시 거래소의 심의 결과나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측이 이사회 기능을 보강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인 점 또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는 31일 오스템임플란트 정기주총 안건에는 과거 이사진중 엄태관 대표 1인 제외한 전원을 교체한다는 안이 올라와 있다. 또한 5인으로 구성됐던 이사진을 7인으로 늘리고, 이중 4인은 사외이사로 채운다.
4만 개미 긴 기다림…31일 주총 이후 속개 가능성
기심위 결정이 미뤄지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졸이게 됐다. 앞서 지난 21일 작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거래재개 기대감이 일던 터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한 주주는 이날 판단이 보류된 데 대해 "거래재개나 개선기간 부여중 하나로 생각했는데, 결정이 미뤄지니 허탈하다"면서도 "그만큼 영향이 있는 기업이라 거래소도 쉽게 결정을 못 내린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결정 연기가) 상장폐지 결정보다는 낫지만 계속 돈이 묶여 있으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4만2964명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62.2%에 달한다. 거래정지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30일 오스템임플란트의 종가는 14만2700원, 시가총액은 2조385억원이다.
한편 추후 심의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는 31일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안 등이 통과되면 기심위가 보다 적확한 근거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