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제도가 개선된다. DB형 운용기업들은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과 함께 운용 계획서(IPS) 작성 의무가 부과된다.
아울러 최소적립금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을 통해 근로자들의 연금 수급권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DB형 퇴직연금 제도에 IPS와 이를 작성하는 주체인 적립금운용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DB형 퇴직연금은 미리 정한 퇴직급여를 회사가 지급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0년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규모는 256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DB형이 154조원으로 전체 60%를 차지한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DB형 중심인 셈이다.
다만 낮은 사외 적립률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행법에서는 전체 적립액의 90%를 외부 기관에 맡기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6만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 결과 56% 기업만 이를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나머지 44%의 기업들은 직원 퇴직금을 사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사외 적립률이 낮을수록 기업 도산에 따른 퇴직금 미지급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개편된 제도가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5~7인으로 구성된 적립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위원회는 운용 목적을 비롯해 목표 수익률, 운용 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기재한 IPS를 매년 1회 이상 작성해야 한다. 위반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아울러 최소 적립비중도 현행 90%에서 100%로 강화된다. A기업의 전체 퇴직금 적립액이 100만원일 경우 지금까지는 90만원만 외부에 위탁하면 됐지만 이제는 전액 맡겨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외 적립의 가장 큰 목적은 기업들의 파산 위험으로부터 퇴직연금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개편을 통해 근로자들의 수급권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퇴직연금의 재정 건전성 및 적립 비율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B형 퇴직연금 운용제도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도산 기업으로부터 퇴직연금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공적연기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운용위원회를 도입한 연기금의 적립비율이 운용위원회가 없는 연기금 적립비율보다 4.9%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