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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동원산업 소액주주들…분노 포인트는

  • 2022.04.14(목) 10:20

합병 공시 당일 주가 폭락…동원산업 저평가
일부 주주 소송 예고…주변 상황도 비우호적

동원산업과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간 합병이 발표되자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건 두 회사간 상이했던 기업가치 책정 기준이다. 동원산업에는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한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부풀려졌다는 게 주주들의 입장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주가는 지난 11일 14% 이상 급락한 이후 전 장까지 연이틀 소폭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투자심리는 아직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동원산업이 지난 7일 발표한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흡수합병 공시가 주가 폭락의 원흉이 됐다.

당시 동원산업은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분할한 후 합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합병비율은 1대 3.838553으로 결정했다. 동원산업이 존속 기업으로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모든 권리와, 지위, 의무를 승계 받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청산된다.

문제는 기업가치 책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가액인 24만8961원, 19만1130원 기준 두 회사의 기업 가치는 9100억원,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동원산업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1700억원 규모로 570억원의 동원엔터프라이즈보다 약 2.5배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원산업의 합병 가액은 산출 기산일인 이달 6일 종가(26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 때 적용된 주가를 토대로 따졌을 때 동원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다.

주가와 회사의 실제 자산가치가 같은 수준인 1배를 기준으로 봤을 때 동원산업의 현재 시장가치는 이에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자산가치를 평가절하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본시장법의 공정평가 방식에 따라 자산 및 수익가치로 합병 가액을 산출했다. 두 가치 간 비율은 40%대 60%로 적용했다.

이 결과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더 큰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원을 훌쩍 웃도는 후한 가격표를 부여받게 됐다. 동원산업의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공정한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62.72%의 동원산업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68.27%의 지분을 갖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이다.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김 부회장이 존속법인으로 남는 동원산업의 지분을 48.43%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김재철 명예회장의 지분율인 17.38%, 자사주까지 합치면 우호지분만 86%를 넘어선다. 동원산업에 대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현재 지배력을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일부 주주들은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들도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합병비율은 동원산업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대주주 입장에서 철저히 유리하도록 산정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증권가의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후 동원산업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나뉘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액면분할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긍정적이나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동원산업은 오는 8월 신설합병 회사의 주주를 확정하고 주주명부에 폐쇄에 들어간다. 이후 같은 달 30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총 전까지 서면 통지를 통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주는 오는 10월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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