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자 한때 '없어서 못 샀던' 비상장 주식들의 주가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동성 회수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에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을 꼼꼼히 따지는 게 대세가 된 영향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나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도 급락을 피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대어들은 공모가 책정에 난항이 점쳐진다.
상장 유력 '쏘카' 27% 급락…타우량 비상장주도 내리막
23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쏘카의 이날 기준가는 5만8000원으로 최근 한달 새 27% 급락했다. 기준가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매물을 집계에 산출한 값이다. 비상장주식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협의 하에 매매가격과 수량을 결정해 거래를 하는데 한달 전(8만원대)에 비해 2만원 이상 시세가 조정된 것이다.
쏘카는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이자 유니콘으로 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이다. 시장에서는 조(兆) 단위 대어로 분류된 바 있다.
또 다른 예비상장 대어인 컬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연초에만 해도 주당 11만원을 넘어섰던 컬리 기준가는 최근 1개월 동안만 20% 가까이 추락해 8만원을 겨우 수성하고 있다. 컬리는 지난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두달째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IPO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상장이 기대돼 온 다른 우량 비상장주식들 역시 최근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프리IPO를 마무리하며 국내 첫 데카콘이 전망되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준가가 7만6000원으로 최근 한달 만에 17%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주당 16만7000원에 거래되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 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경우 기준가가 32만2000원까지 내려왔다. 역시 최근 한달 하락률이 20%에 육박한다. 지난 13일에는 27만9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최근 루나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 불안이 커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절대 적지 않은 낙폭이다.
장외가격, 공모가 산정 근거…"성장성보다 수익성 따져야"
이들 비상장주식은 앞서 시장의 유니콘, 데카콘 등으로 불리며 주식 품귀현상까지 빚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전 세계적 긴축과 금리인상 등으로 증시가 맥을 못추면서 IPO 시장 분위기가 급랭한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주식도 반토막나는 마당에 비상장주식을 보는 기준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간 비상장주식 투자가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수익성에 입각한 보수적인 스탠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기존 IPO 대어들이 상장을 철회하며 몸을 사렸다.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이 와중에 상장을 강행한 기업들 역시 내리막길 주가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장기업들이 장내시장인 코스피와 코스닥에 선뜻 자신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비상장주식 거래가격은 향후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공모가 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최근의 시세 조정은 일종의 경고등으로 볼 수 있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비상장기업의 가치(산정)에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적자를 감안한 매출 증가보다는 이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