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엑소더스'에 실적이 반토막 나다시피 한 국내 증권사들이 배당금수익만큼은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한 자산들로부터 현금이 꾸준히 유입된 데다 계열사들의 일회성 수익까지 잇달아 더해진 결과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중인 증권사 58곳(12월 결산)의 올해 1분기 배당금수익은 총 5010억원(카카오페이증권 제외)으로 전년동기 4514억원보다 10%이상 불어났다.
이들 증권사는 연초 이후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영업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 2조9946억원 대비 31% 이상 쪼그라든 2조596억원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실적이 줄어든 와중에 배당금수익은 늘어난 것이다.
출자처서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미래·NH 배당금수익 '톱2'
배당금수익이란 보유한 주식이나 출자한 금액 등 장·단기 투자자산에 대한 이익이나 잉여금의 분배로 회사에게 돌아오는 금액이다. 투자처에서 수익이 많이 날수록 배당금수익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구조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이 증권사는 1분기에만 640억원의 배당금수익은 올렸는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다양한 투자처에서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된 게 주효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고유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투자를 목적으로 보유한 자산에서 월세 등이 꾸준히 들어와 현금흐름이 발생했고 배당금수익으로 이어졌다"며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앞으로는 보수적인 투자 포지션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배당금수익이 423억원에 달해 그다음으로 많았다. 1분기 순익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이 반토막나면서 60% 급감했지만, 배당금수익만큼은 전년 동기 366억원보다 15% 넘게 확대됐다. 관계기업인 '브릭-오비트 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으로부터만 44억원 상당의 배당금수익을 거뒀고 투자를 진행한 사모펀드(사모투자신탁) 등 다양한 투자처에서 쏠쏠한 수익을 내면서다.
종속기업 호조에 배당금 '3배 급증' 증권사까지
자회사 등 종속기업의 수익이 뛰면서 배당금수익이 배가된 증권사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1분기 411억원의 배당금수익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133억원 대비 무려 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국내 영업 증권사 톱3다. 자회사와의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배당금수익으로 분류된 영향이 컸다.
실제 대신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신에프앤아이(대신F&I)는 서울 용산의 고급빌라 '나인원한남'의 조기 분양 등으로 지난해 대규모 수익을 거뒀다. 이 나인원한남 개발사업의 시행주체는 대신증권의 손자회사이자 대신F&I의 자회사인 디에스한남이다. 덕분에 대신증권이 이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수익도 같이 불어났다. 대신F&I의 1분기 순영업수익은 360억원으로 대신증권 연결기준 세전수익의 28%에 달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도 "배당금을 큰 폭으로 늘렸다기보다는 자회사들의 수익 급증으로 배당 재원이 풍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배당금수익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