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상승세를 이어오던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최근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천연가스와 다르게 원유 수요는 줄어들면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이에따라 주식시장내 수익률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가격은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국제유가는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희비 갈린 원자재 투자 상품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천연가스와 WTI(서부텍사스산원유)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의 최근 3개월 성과 차이가 엇갈리고 있다.
천연가스 선물 ETN의 3개월 성과는 7%대, 1개월 성과는 11%대를 보인 반면 원유 ETN과 ETF의 성과는 -17%, -8%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연초 이후 동반 상승하던 두 원자재 가격이 최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탓이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영국의 열량 단위)당 9.180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해오던 천연가스 가격은 6월 들어 급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말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유럽의 미국산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며 공급량을 줄이자 유럽의 미국산 가스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7월11일 러시아는 정기 보수 명목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1 가동을 열흘 동안 중단했다. 이후 27일에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설비용량의 20%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천연가스와 다르게 국제유가는 뚜렷한 하락세가 관측된다. 지난달 31일 기준 WTI 가격은 89.23달러로 지난 6월 초 115.26달러 대비 22.6%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세의 배경은 지난 6월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 경계속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긴축은 6월부터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후퇴시켰다"며 "이는 연중 최대 원유 성수기인 6~8월임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하방 압력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엇갈린 흐름 유지될 전망
전문가들은 향후 천연가스 가격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연말로 가면서 겨울철 난방을 위해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불안정한 공급 상황이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던 미국의 프리포트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이 오는 11월부터 재가동할 예정이다. 미국내 천연가스 공급량의 16%를 차지하는 곳이다. 이 터미널이 재가동되고 유럽과 아시아로의 천연가스 수출량이 늘어나면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리포트 LNG 수출이 11월부터 완전히 재개되기 시작하면 미국 내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유의 경우 가격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격 상승·하락 요인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요가 가장 높은 시기인 6~8월을 지나 계절적인 요인이 소멸하는 점, 미 연준의 긴축 기조로 인한 달러 강세는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10월말 비축유 방출이 종료되면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유가 상승 요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분간 국제유가는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상태로 박스권내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WTI 밴드는 배럴당 80~120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