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주를 0.1주, 0.01주 등으로 쪼개서 사는 소수점 거래에 가속도가 붙었다. 쟁점이 됐던 과세 기준을 정부가 명확하게 내놓으면서다. 당초 이달 초 시행이 예정됐던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현재 전산 시스템 구축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주식시장이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소수점 거래의 투자자 유입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다. 코스피가 2400선을 밑도는 등 연일 약세인 국내 증시에는 현재 주당 100만원 이상의 황제주 또한 전무하다.
'뜨거운 감자' 배당소득세, 0.1주 쪼개기 투자엔 적용 않기로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소수점 투자로 발생한 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소수점 투자로 인한 소득을 어떻게 과세할지에 대한 국세청 질의에 "소수단위로 취득한 수익증권을 매도할 때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세 또는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달 15일 답변했다.
소수점 거래로 인한 차익은 수익분배 성격의 배당소득이 아닌 양도차익으로 최종 판단됐다. 형식은 신탁 수익증권이지만 사실상 주식 거래로 여겨진 것이다.
기재부는 "수익증권 매도로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 과세 대상인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과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근거로 "소수단위 수익증권 발행에 활용된 신탁은 매도 주문에 따라 주식이 처분되는 등 주식을 단순 관리하는 것으로, 투자자의 운용지시가 없이 자산을 운용하는 집합투자기구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소수점 거래 차익을 정부가 배당소득으로 봤다면 투자자들은 15.4%에 이르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할 판이었다. 세율이 높은 만큼 소수점 거래에서 배당소득 과세 여부는 그간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이처럼 양도차익으로 분류되면서 소수점 거래 도입에는 모처럼 속도가 붙게 됐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기재부는 "소수 단위 수익증권은 자본시장법 제110조에 따른 수익증권에 해당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상 수익증권의 양도에 따른 소득은 양도소득세로 과세한다. 하지만 소수점 거래에는 특례가 적용됐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에 이처럼 복잡한 유권해석이 적용된 건 상법상 1주라는 주식 단위를 쪼갤 수 없는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온주 단위로 설계된 증권거래 시스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법을 건드리는 대신, 혁신금융서비스란 이름으로 권리분할이 쉬운 신탁방식을 적용했다.
증권사는 각 투자자가 낸 소수점 주문을 모아 1주, 즉 온주 단위로 만든 뒤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고 주문을 체결한다. 그러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사에게 해당 주식을 예탁받고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결국 소수점 단위 주문을 한 투자자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게 아니라 해당 주식에 대한 수익증권을 갖는 것이다.
예탁원 "26일 개시 가능"…증권가는 수익성 걱정
이처럼 소수점 거래에 대한 메커니즘이 이미 나와 있는 가운데 과세에 대한 유권해석까지 명확해지면서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빠르면 내주 도입을 앞두게 됐다. 주식 거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탁원의 경우 소수점 거래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상태로 이제 증권사의 서비스 오픈만 기다리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오는 26일 개시를 목표로 일단 전산 거래 시스템은 갖춰둔 상태"라며 "증권사가 서비스를 오픈하면 실제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소수점 거래 서비스 출시를 앞둔 증권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수점 거래의 가장 큰 난관이던 과세 기준은 제시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전날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8859억원, 이달 일평균은 7조6328억원으로 14조원대를 유지하던 작년 9월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20% 이상 빠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이제 황제주도 없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당 80만9000원, 태광산업이 77만원이다. 지난해 10월 주당 140만원을 넘어서며 대표적인 황제주로 각인됐던 LG생활건강조차도 60만원대로 폭락한 상태다.
물론 소수점 거래 제도가 이달 초부터 시행되기로 했던 만큼 증권사 다수는 관련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에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증권사 대부분이 컨설팅을 거쳐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면서도 "쟁점이던 과세 기준이 나온 게 지난주이고, 다들 소수점 (거래) 도입이 연기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를 바로 시행할 증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떠나가는 상황에서 소수점 거래의 유인이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서비스를 시작하는 증권사가 있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