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부품과 강철을 틀에 녹여 금속단조제품을 생산하는 케이에스피가 지난 19일 주식교환을 철회한다는 공시를 올렸어요.
주식교환 대상은 삼미금속. 삼미금속은 금속단조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자동차, 선박, 발전설비, 중장비 등에 들어가는 금속단조제품을 설계부터 제조까지 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케이에스피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이고 삼미금속은 비상장사예요.
이 두 회사는 지난 6월 사업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A회사가 B회사의 지분을 모두 가져오는 대신 교환비율에 따라 B회사 주주들에게 A회사의 신주(또는 현금)를 넘겨주는 방식이에요.
케이에스피와 삼미금속은 교환비율 '1:0.2062721(케이에스피:삼미금속)'을 기준으로 주식교환을 할 예정이었어요. 금속단조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케이에스피는 삼미금속의 지분을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만들어 사업 시너지를 추구할 계획이었는데요. 결국 이를 철회한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볼게요.
네 차례나 이어진 공시정정
케이에스피는 지난 6월 15일 첫 주식교환 공시를 올린 뒤 해당 공시를 총 4차례 정정했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정은 단순기재오류와 교환일정을 바꿨어요.
세 번째는 삼미금속의 교환가격 산출근거를 정정했는데요. 기존 공시에서 삼미금속의 수익가치를 마이너스 472원으로 기록했다가 세 번째 정정공시에서 이를 마이너스 471원으로 바꾼 것이죠. 네 번째 정정에서는 다시 교환일정을 바꿨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정은 케이에스피가 자체적으로 정정한 것이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정정은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에 따른 것이었어요. 금감원의 정정요구가 있었다는 것은 공시내용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죠.
금감원 "교환비율 문제있다"
네 번의 정정공시에도 불구하고 케이에스피는 결국 주식교환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케이에스피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교환가액 산정 근거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금감원에서 교환가액 산정 근거를 수정보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어요.
금감원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삼미금속의 교환가격'이에요.
교환비율을 산정할 때 상장사는 시장에서 거래하는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해요. 다만 비상장사는 시장에서 거래하는 가격이 없기 때문(장외시장 거래가 있지만 장내와 달리 주식가격의 합리성이 떨어짐)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추정한 수치), 본질가치(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한 수치)를 기준으로 교환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환비율을 결정해요.
삼미금속 역시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자산·수익·본질가치를 기준으로 교환가격을 계산했어요. 세 번째 정정 공시에서 삼미금속의 수익가치를 변경하기도 했었죠.
삼미금속의 자산가치는 1875원, 수익가치는 마이너스 471원, 본질가치는 467원이 나왔어요. 이를 종합해 산출한 교환가격은 467원. 앞으로 벌어들일 추정 이익을 바탕으로 계산한 수익가치가 마이너스인 이유는 삼미금속이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삼미금속은 2018년 영업손실 30억원을 낸 뒤 2019년 1억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영업손실 32억원, 11억원을 기록했어요. 금감원은 삼미금속이 꾸준히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교환비율 산정에 반영한 수익가치를 더 낮게 잡으라고 한 것이죠.
케이에스피에 유리하지만...
금감원의 요구대로 삼미금속의 수익가치를 더 낮게 평가해 교환비율을 변경하면 케이에스피에 유리해요. 기존 교환비율(1:0.2062721(케이에스피:삼미금속))보다 케이에스피가 삼미금속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신주 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케이에스피 관계자는 "삼미금속 수익가치를 낮춰 교환비율을 산정하면 우리 쪽(케이에스피)에 유리하지만 삼미금속 주주들에겐 불리하다"며 "주식교환도 거래 상대방이 있는 계약이고 양자 간 합의된 교환비율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바꾸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어요.
결국 케이에스피는 삼미금속과의 주식교환을 포기하고 대신 케이에스피의 최대주주인 금강공업이 삼미금속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죠.
최대주주가 대신 인수, 이후 지분구조는
케이에스피가 주식교환 철회공시를 올린 날, 케이에스피의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금강공업(지분율 58.02%)은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올렸어요. 금강공업이 취득한 주식은 삼미금속. 자회사인 케이에스피가 인수하려던 회사를 모회사인 금강공업이 대신 인수한 건데요.
금강공업은 삼미금속 주식 1500만주를 확보하는 대가로 삼미금속의 최대주주인 코에프씨밸류업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코에프씨밸류, 지분율 69.44%)에 금강공업이 가지고 있는 케이에스피 주식 292만8511주를 내줬어요. 현금 대신 주식교환방식으로 인수한 것이죠.
이로써 애초에 목표로 했던 삼미금속이 케이에스피의 완전자회사가 되는 모습은 아니지만, 금강공업의 자회사로 삼미금속이 들어가면서 케이에스피와 삼미금속은 계열사 관계로 남았어요.
삼미금속의 전 최대주주인 코에프씨밸류는 기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받을 케이에스피 지분(7.6%)보다 금강공업이 삼미금속을 인수하면서 더 많은 케이에스피 지분(8.1%)을 받았어요. 코에프씨밸류 입장에서는 포괄적 주식교환 대신 대주주와 주식을 맞교환 한 것이 더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반면 금강공업은 코에프씨밸류에게 지분을 일부 내주면서 케이에스피의 지분율이 기존 58.02%에서 49.9% 낮아졌어요. 물론 지분율이 줄었지만 금강공업이 케이에스피 경영권을 방어할 만큼의 지분율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삼미금속을 인수했다면 기존 케이에스피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1주당 2229원에 케이에스피 주식을 회사에 처분할 수 있었어요. 다만 포괄적 주식교환이 무산되고 모회사인 금강공업이 삼미금속을 직접 인수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에요.
케이에스피 관계자는 "금강공업이 삼미금속을 직접 인수하면서 케이에스피의 연결재무제표로 삼미금속의 재무가 잡히지 않는 다는 점은 아쉽지만 계열사 관계로 서로 간 시너지는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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