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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이 공매도 때문? 근거 어딨나"…공매도 두고 '갑론을박'

  • 2023.09.26(화) 14:18

26일 '공매도제도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 열려
공매도, 오히려 주식시장 안정 기여…순기능 인정해야
주가하락 유발…공매도 주체 수익, 개인보다 39배 많아

"SG증권발 폭락사태 당시 공매도 허용종목은 주가하락폭이 낮았다"

"공매도는 16년째 박스피 원인 중 하나다"

주식을 빌려 주가하락에 투자하는 공매도 제도를 두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공매도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가격발견과 변동성 안정 등에 있어 순기능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개인투자자에게 불공정한 경쟁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bora5775@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과 김경협 의원 공동주최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자본시장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과 보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배터리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크게는 차입공매도와 무차입공매도로 나뉜다.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내는 것이고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공매도는 현재 코스피200와 코스닥150 종목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즉 불법공매도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공매도 참여는 외국인이 80%고 기관투자자가 18%, 개인은 1%에 불과하다"며 "공매도는 완전히 외국인 텃밭"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교수는 "공매도는 주식시장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최근 2차전지 과열현상과 같은 주식시장의 버블을 방지하는 순기능 효과가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을 유발하거나 개인이나 기관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파는 손절매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단점 역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하락?…근거 댈 수 있어야"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매도 제도의 장단점을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나타냈다.

공매도 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공매도와 관련해 나오는 비판들이 근거 없다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공매도가 주식시장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여전히 공매도가 주식시장 논쟁 대상인 현실이 안타깝다"며 "공매도는 없는데 파는 것이 아니라 차입해 확보한 주식을 파는 것인 만큼 사실상 일반적인 매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빈기범 교수는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현재 한국 증시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한다고 보는지, 또 그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5000만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겐 공매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도"라고 덧붙였다.

왕수봉 아주대 교수는 "공매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인투자자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개인 대주상환기간은 사실상 신청만 하면 무제한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실제 조건은 기관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는 증시 변동성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며 "오히려 공매도가 가격발견 기능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수봉 교수는 "지난 4월 SG증권발 대규모 폭락사태 시 공매도가 허용된 종목은 주가 하락폭이 덜했다"며 "현재 공매도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편입된 큰 종목들에 한해 허용되고 있는데, 차라리 주가조작이 쉬운 코스닥 소규모 종목에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주가 하락 베팅하는 공매도...16년째 박스피 원인 

공매도 제도를 옹호하는 입장과 달리 공매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는 태생적으로 주가 하락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며 "이는 우리나라 주가가 16년째 박스피에 머물러 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정의정 대표는 "현재 국내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정보력과 자금력, 매매 기술력 등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개인투자자 재산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개인은 목검 하나 들고 증시에 뛰어드는데 외국인과 기관은 양손에 첨단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공개한 전상경 한양대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년간 공매도 주체 수익액이 개인의 신용투자 대비 39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배터리아저씨'로 불리며 2차전지 투자 열풍을 주도한 박순혁 작가는 자신은 "공매도 찬성론자"라고 운을 띄우며 "공매도의 가격발견기능 등 순기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허용 대상을 전 종목으로 확대하되 공매도 관리를 전산화해야 한다"며 "여기에 개인에 대해서도 3개월 의무상환기간을 동일하게 맞추고 동일한 담보비율을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작가는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수기관리하면서 나올 수 있는 불법을 방조하고 기관과 외국인에 대해서만 상환기간 무제한과 유리한 담보비율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당국이 공매도 기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정 대표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통일하고 공매도 전산화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며 "주식 대차시장과 대주시장 통합 및 금융위원회 내에 개인투자자 보호 태스크포스(TF)팀 등을 신설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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