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1년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91일물 CD금리를 추종하는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다만 상장 시점 1년물 금리가 91일물 금리보다 더 낮아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장점으로 내세운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기존 CD금리 ETF와 비교해 볼 때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1년물 CD금리는 91일물 CD금리를 다시 앞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간 자금을 보관하고자 하는 투자 목적에서는 1년 CD금리 ETF보다 91일물 CD금리 ETF가 유리하다.
1년물 출시했는데…91일물과 뒤바뀐 금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해당 ETF는 1년물 CD금리의 움직임을 추종한다. 기존 CD금리 추종 ETF는 91일물 CD금리를 추종했으나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1년물 금리를 기초지수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위험도가 커지므로 더 높은 금리(이자율)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91일물(약 3개월) CD금리보다 1년물 CD금리의 금리가 더 높다. 실제 최근 5년 평균 91일물과 1년물 CD금리의 차이는 36bp(1bp=0.01%포인트), 3년 평균 차이는 26bp, 1년 평균 차이는 16bp였다.
미래에셋운용이 1년물 상품을 내놓은 것은 최근 금리형 ETF의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놓은 차별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뒤늦게 상장한 경쟁사의 상품은 미래에셋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CD금리 ETF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가 유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8일 삼성자산운용이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를 내놓으면서 경쟁을 시작했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는 기존 상품보다 더 저렴한 보수를 내놓으며 ETF 매력도를 키웠고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5조8214억원의 순자산을 끌어들이며, 상장 당시 1000억원 규모에서 지난 8일 현재 7조1000억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순자산(7조2300억원)과 1000억원대 수준으로 격차를 좁혔다.
이런 상황에서 CD금리 ETF의 차별화 필요성이 커지자 미래에셋운용은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1년물 금리 ETF를 내놨다. 그러나 출시와 함께 1년물 금리가 꺾이는 아쉬운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자산평가와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1년물 CD금리는 3.64%로 91일물 CD금리 3.67%보다 3bp 낮다.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커진 탓에 금리의 영향을 보다 크게 받는 1년물 CD금리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은 91일물 금리는 기준금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크게 움직이지 않는 반면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1년물 CD금리는 기준금리 전망을 미리 반영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15일 1년물 CD금리는 4.25%로 91일물 CD금리(3.8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전망에 빠르게 반응했다. 같은 기간 91일물 CD금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기준금리 인하로 91일물 CD금리도 덩달아 내려가기 전까지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수익률, 수수료율 고려하면 굳이 1년물?
금리형 ETF는 낮은 신용위험을 가진 금리(CD, KOFR)를 추종해 ETF 가격에 금리만큼의 수익이 매일 쌓이는 구조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가격이 하락하지 않아 매우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위험성이 낮은 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다. 따라서 ETF가 추종하는 금리가 같다면 차별화를 주기 위한 변수는 보수와 호가등락률이 있다. 수익률이 유사한 만큼 ETF 운용 및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야 실질 수익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는 기존 91일물 CD금리 ETF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려고 했다. 이에 보수도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총보수는 0.05%로,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총보수(0.03%)보다 2bp 높다. 경쟁사 상품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총보수(0.02%)와 비교하면 3bp 높다.
ETF는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펀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이 다르다. 시장에서 거래할 때 가격의 최소 단위가 5원이므로 시장가격은 5원 단위로 변한다. 호가에 따라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싸게 사거나 싸게 살 수 있다.
이러한 호가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격대가 높은 상품을 매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5만원이 5원씩 움직이는 것보다 100만원이 5원씩 움직일 때 변동성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호가등락률이 더 낮다면 순자산가치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도 이를 고려해 100만원으로 상장했다. 기존 상품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가격은 5만원대라 호가 등락률이 높았다. 그러나 경쟁 상품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도 100만원으로 거래돼 호가 등락률이 0.00004% 수준으로 비슷해 큰 격차가 없다.
이처럼 수익률, 총보수, 호가등락률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시점에서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금리형 ETF를 자금을 잠시 보관하는 '파킹형' 상품으로도 활용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기존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대신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를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형 ETF는 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출시해야 자금이 몰리면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한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게 정상적인 구조지만 금리가 하락해 관심도가 약해질 수 있어 상장 타이밍이 아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던 지난 2019년에도 CD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던 것은 일부 기간에 국한됐다"며 "이는 금리의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잔존만기이기 때문이고, 만기가 짧은 금리가 더 높은 현상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역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CD 1년물 금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ETF로 자금을 운용할 때 수익률이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