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를 면하려고 시세조종, 가장납입, 회계분식 등 불공정거래를 저지를 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이들 기업은 불공정거래 과정에서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기업 수명을 연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3년(2021년~2023년) 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된 총 44곳 중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좀비기업 37곳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중 지난해 상장폐지된 9개사는 거래정지 전 2년 간 유상증자, CB, BW 발행 등을 통해 무려 3237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끌어당긴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A사의 실질사주인 B씨는 A사 주식의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반대매매에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후 B씨는 사채업자이자 시세조종 전문가인 C씨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해 C씨의 지인 등 12명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A사는 CB 발행 등을 통해 7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경영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불과 10개월 만에 A사는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대상이 됐다.
현재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37곳 중 15곳에 대해 조사를 완료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조치를 완료한 상태다. 부당이득 규모는 1694억원에 달했다. 불공정거래 유형 별로 보면 부정거래가 7건, 시세조종이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 발생했다.
아울러 현재 조사 중인 22개 기업 중에는 상장폐지 회피를 위해 가장납입성 유상증자, 회계분식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가령 무자본 인수합병(M&A)세력은 인수대상 E회사가 대규모 손실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연말에 거액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상장폐지 요건을 피했다. 이후 유상증자로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보유 중이던 주식 등 차명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분식 사례의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F회사가 자산을 과대계상해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했다, 이후 F회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또 F회사는 분식재무제표를 사용해 수 년 간에 걸쳐 1000억원 대의 자금을 조달, 기존 차입금 상환에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투자자 피해를 낳고 주식시장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상장폐지 회피 목적의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종목을 정밀분석해 혐의를 발견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조사 및 공시심사, 회계감리 국간의 합동대응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