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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수순 '김호중 소속사'…카카오·SBS, 손실 어떻게 털까

  • 2024.05.31(금) 13:00

카카오엔터 75억, SBS미디어넷 30억 지분 투자
카카오는 1주당 375만원…SBS는 417만원 지불
생각엔터 폐업 수순…전액 평가손실 인식할 듯
향후 생각엔터 빚잔치 후 일부금액 회수할 수도

가수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되면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이하 생각엔터)가 설립 5년 만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설립해 김호중, 손호준, 김광규 등 굵직한 연예인들을 영입해왔지만, 핵심 아티스트인 김호중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대표이사까지 구속되자 지난 2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현 임직원이 전원 퇴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생각엔터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이 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하며 주식을 매입해 4‧5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 자회사)와 SBS미디어넷(SBS 손자회사)이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카카오엔터 75억, SBS미디어넷 30억 투자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생각엔터는 2018년 설립해 가수, 배우 등 아티스트들을 영입하고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다.

생각엔터 자본금은 1억원, 총 발행주식수는 2만주로 설립이후 변동이 없는 상태다. 설립 당시에는 최재호 이사, 이광득 대표, 컬투의 정찬우(생각엔터 감사)가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이후 2022년 카카오엔터, 2023년 SBS미디어넷이 지분을 취득하면서 주주구성이 다양해졌다. 

2022년 카카오엔터는 이광득 대표와 정찬우씨가 보유한 지분 중 10%(2000주)를 75억원을 주고 취득했다. 카카오엔터는 생각엔터의 기업가치 총액을 750억원으로 본 것이다.

이 거래로 이 대표와 정씨의 지분율이 소폭 줄었고 최 이사가 생각엔터 1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대신 이광득 대표와 정찬우씨는 각각 37억5000만원의 매각대금을 손에 쥐었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감사보고서에 생각엔터 지분취득금액 75억원을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반영했다.

과거 '단기매매금융자산'으로 불린 이 계정은 기업이 매매차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취득한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뜻한다. 최초 인식 시점에 취득가격으로 반영하고 이후 결산 때마다 시세 등 가치변동이 있으면 이를 추가로 반영해 당기손익으로 인식한다. 

카카오엔터가 상장주식도 아닌 비상장사 지분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회계 처리한 것은 생각엔터가 최근 탄탄한 이익을 내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생각엔터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무제표를 공시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경영실적을 보면 이 회사는 견고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2021년 생각엔터는 27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은 45억원, 순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매출액 25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하고 순이익 14억원을 남겼다. 

지난해는 매출액 188억원을 기록하면서 앞서 2021년~2022년보다는 다소 저조했지만 영업이익 34억원, 순이익은 33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률은 더 높아졌다. 

SBS미디어넷은 2023년 생각엔터 창업자 중 한 명인 최재호 이사의 지분 중 3.6%(720주)를 인수했다. 

SBS미디어넷은 2023년 감사보고서에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비상장주식 30억원어치를 새로 반영했는데, 이 금액이 생각엔터 지분 인수금액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생각엔터 창업 3명은 모두 1인당 최소 3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설립 당시 출자 자본금(1억원)이 1명당 약 33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년 만에 수십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김호중 리스크' 직격탄 생각엔터…창업자들은 수십억 이익(5월 28일)

기업가치 '1000억'(?)까진 아니지만... 높았던 몸값

SBS미디어넷은 생각엔터 지분 3.6%(720주)를 30억원에 취득했다. 취득한 금액을 지분으로 나눠 계산하면 생각엔터 주식 1주당 가격은 약 417만원이 나온다. SBS미디어넷이 취득한 1주당 가격을 반영하면 생각엔터 기업 가치는 무려 833억원에 달한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기업가치 1000억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설립 5년차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상당히 높게 본 것이다.

이는 1년 전 카카오엔터가 생각엔터 지분을 매입할 때 평가한 기업가치(750억원) 및 주당가치(375만원)보다 약 11% 높은 수준이다. 

SBS미디어넷이 평가한 생각엔터의 기업가치는 카카오엔터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75억원에 취득한 생각엔터 지분 10%의 가치를 2023년 감사보고서에는 83억3350만원으로 높여 잡아 당기손익에 반영했다.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매년 가치를 측정해 손익에 반영해야 하는데 SBS미디어넷이 책정한 생각엔터 지분가치를 카카오엔터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엔터가 '김호중 리스크'로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으면서 이제 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은 각각 83억원, 30억원으로 잡아놓은 생각엔터 지분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생각엔터는 상장주식이 아니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다. 기존에 카카오엔터, SBS미디어넷이 생각엔터 창업자들과 지분을 거래할 때 귀책사유를 담은 특별한 계약조건이 없는 이상 이를 처분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카카오·SBS 전액 평가손실 처리할듯…손익 영향

따라서 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은 생각엔터의 지분가치가 없다고 판단, 연말 결산 시점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로 인식해서 모두 털어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이 생각엔터 취득지분을 평가손실로 반영하면 영업외비용(금용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의 손익계산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연예·엔터사 등에 투자 중인 카카오엔터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투자기업의 가치 하락 또는 파산을 평가손실로 인식해 왔다.

실제 청산 또는 폐업절차로 평가손실을 인식한 회사에는 플렉시마인드, 블라블라이앤엠, 예능좋알람문화산업전문회사 등이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로 654억원을 반영했다. 

다만 생각엔터가 향후 실제로 회사 청산절차를 밟는다면 최종적으로 자산·부채를 따져서 남은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빚잔치'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도 남은 돈을 일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회수하는 돈은 영업외수익(기타수익)에서 '자산 손상차손 환입'으로 반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생각엔터가 실제 청산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환입 금액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카카오엔터, SBS미디어넷은 지분가치를 전액 비용(평가손실)으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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