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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신고서 고친 '현대차증권'…이번엔 금감원 통과할까

  • 2025.01.06(월) 13:00

12월 24일 증권신고서 정정해 금감원에 다시 제출
주주들에게 손 벌리는 이유 좀 더 솔직하게 기재해
금감원 통과하면 오는 10일 정정신고서 효력 발생

2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현대차증권이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 11월 증자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기재 미흡 등을 이유로 정정요구를 받았다. 이후 지난 24일 주요 내용을 보완해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현대차증권은 증권사만이 가지는 사업위험, 현대차증권이 지적받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자본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 증자로 확보한 자금사용처 등에 대한 추가 내용을 보완했다. 해당 내용이 문제없다면 정정신고서는 오는 10일 효력이 발생하고 현대차증권은 계획대로 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 

관건은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다. 자본시장에 계속 이어지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및 밸류업 등의 영향으로 금감원은 최근 상장사의 합병이나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에 잦은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서운 금감원의 눈을 통과하려면 현대차증권은 결국 이번 증자가 왜 필요한지를 주주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증권신고서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증권이 지난 12월 24일 금감원에 다시 제출한 정정신고서를 보면 바뀐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증권사가 하는 사업위험의 특성 및 현대차증권 자체의 회사위험, 증자자금의 사용목적 및 이사회 등에 관한 내용이다. 부동산PF 부실 위험 정정신고서에서 인정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표면적 설명과 함께 증권업계의 투자심리 위축 등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손상자산으로 인한 위기 대비는 대손충당금 설정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을 정정신고서에 담았다. 아울러 현대차증권이 가지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등에 대한 평가손익도 변동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추가했다.

특히 사업위험에서 눈에 띄는 정정내용은 부동산PF에 대한 부실위험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증권은 "당사는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PF와 브릿지론 등 개발금융의 부실이 증가했다"며 "그 결과 일부 자산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며 수익성이 저하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 부실위험이 증가하자 현대차증권은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증권사에 중요한 수치 중 하나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Net Capital Ratio)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증권 NCR 지표는 △2020년 508% △2021년 462% △2022년 451% △ 2023 520% △2024년 3분기 479%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도 "현대차증권은 2021년 이후 부동산PF 신용공여 확대로 우발채무가 증가했고 국내외 부동산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 확대로 NCR비율이 빠르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 유상증자 주요 내용

"삼성‧신한과 다르다"…내부통제 자신

현대차증권은 이번 정정신고서를 통해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내용도 보완했다. 삼성증권(2018년 유령주식배당 사고), 신한투자증권(1300억원 ETF LP 손실) 등의 내부통제 미흡 사례 등을 언급하며 현대차증권은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받은 점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회사는 "이사회와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의 적정성을 평가‧개선하고 있다"며 "매년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의 내부통제구조 평가도 진행하고 있고 2016년 이후 내부통제 관련 문제를 지적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선 자신했지만 앞서 약점으로 꼽히는 부동산PF 부실 문제를 재차 언급하며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s·위기 상황 분석)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는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자산의 손실 가능성을 평가하고 대응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며 "그 결과 당사의 부동산 금융 자산은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NCR비율 400% 이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즉 시장에선 현대차증권의 부동산PF 부실위험을 지적하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현대차증권은 "보수적 접근방식으로 테스트를 했지만 개별 프로젝트의 진행 지연이나 추가 사업성 악화로 당사의 손실규모가 증가하고 재무지표가 악화할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을 유의해 달라"고 투자자에 당부했다. 

이어 "당사도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며  "프로젝트별 리스크 모니터링 및 시장 상황에 맞춘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상환‧차세대 시스템 개발' 필요성 강조

문제 제기를 받는 부동산PF에 대한 해명과 함께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자금사용목적에 대한 내용도 보완했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첫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총 2000억원의 증자조달 자금 중 1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쓰고 나머지 1000억원은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빚을 갚고 시설투자에만 1000억원을 쓴다는 이야기에 일부 주주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자금사용목적에 대한 논란이 일자 현대차증권은 정정신고서를 통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필요성과 채무 상환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다 자세히 적어냈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1000억원이 들어가는 차세대 시스템 개발 필요성을 기술하기 위해 상당량의 페이지를 할애했다. 

회사는 "증권업계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고도화, 데이터센터 구축 등 IT인프라에 활발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산운영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당사 역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통해 복잡한 프로세스를 업무 기준으로 통합하고 업무처리 속도를 개선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1000억원 비용의 구체적인 사용내역도 기재했다. 회사는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위한 1000억원의 자금 중 프로젝트 관리에 27억5000만원, 원장시스템 재구축에 325억1000만원,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에 13억2000억원, 고객서비스 개선 및 시스템 대응력 강화에 5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은 "본 프로젝트는 명확한 비용 산출 근거와 투명한 집행 계획을 바탕으로한 전략적 투자"라며 "금융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무를 갚기 위한 나머지 1000억원 사용에 대한 해명도 보완했다. 현대차증권은 앞서 첫 증권신고서에 채무상환 225억원, 기타자금사용에 775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기타자금사용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갚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빌린 돈을 갚는 다는 점에서 채무상환과 같다. 

문제는 주주들의 주머니를 털어 회사 빚을 갚으려 한다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RCPS가 고금리(6.5%) 발행된 만큼 향후에 높은 이자 지금이 불가피하다"며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최근 200%를 상회하고 있고 이는 증권사대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밝혔다.

즉 회사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고 RCPS의 이자부담률이 증가하는 만큼 빨리 갚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자본 확충을 통해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맞다"며 "우발채무 대응 및 단기자금 대응을 위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면 실제 회사가 당장 사용 가능한 현금은 355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채무비율이 높고 현금유동성은 낮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자금을 조달받아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회사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시스템 개발 역시 회사 자체적인 자금조달을 통해서는 무리가 있고 차입을 늘리기엔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주주들이 자금조달을 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첫 증권신고서보다 더 솔직하게 주주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정신고서를 통해 밝힌 현대차증권은 오는 10일 발생하는 정정신고서의 효력만을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증권 정정신고서를 심사 중"이라며 "추가로 정정요구를 할지 등은 지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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