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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재조준한 금감원, PI투자 동원 캡티브 영업도 겨냥

  • 2025.05.08(목) 17:10

지난달 캡티브 영업 검사 착수한 금감원
증권사 PI부서 동원도 캡티브 영업으로 간주
금리 왜곡 뿐 아니라 내부통제까지 칼날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투자업계의 채권 영업 관행을 점검 중인 가운데 계열사 뿐 아니라 자사 자기자본투자(PI) 부서를 동원한 경우도 '캡티브 영업'으로 간주해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는지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시장을 왜곡하는 관행 뿐 아니라 자체적인 내부통제까지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사 고유계정을 동원한 수요예측 참여 및 회사채 인수도 캡티브 영업의 일환으로 간주해 증권사를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주체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저해한다거나 수요예측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계열사 지원 등에 국한하지 않고 두루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이른바 캡티브영업 관행 검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증권업계를 뒤흔든 랩신탁 채권 돌려막기 검사를 마무리 지은 뒤 직접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 2'라고 이름 붙였을 만큼 업권 전반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검사가 전망된다. 

캡티브 영업 관행에 대한 점검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과 증권사 간 금리 담합 우려에서 시작됐다. 회사채는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가장 큰 차이는 금융회사가 제안하는 금리가 아닌 시장에서 자유 경쟁을 통해 금리를 정한다는 점이다. 연기금, 은행, 보험, 증권운용사 등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희망 금리와 물량을 써내면 발행사가 가장 낮은 하단 금리부터 모집금액을 채운 지점을 바탕으로 낙찰 금리로 정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3년만기 회사채를 400억원 발행한다고 가정한다. 수요예측에서는 민평 기준 -100bp(1bp=0.01%포인트)에 100억, -90bp에 100억, -80bp에 200억원, -70bp에 100억원 등이 유효수요로 접수됐다. 만일 A기업이 발행규모를 더 키우지 않는 이상 -70bp 금리를 제시한 곳은 물량을 낙찰받기 어렵다.

이 때는 수요예측 마감인 오후 4시 정각까지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상황이 어렵거나 기업의 재무사정이 좋지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발행사가 희망하는 금리 밴드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진다. 그만큼 기업이 값을 비싸게 치르고 돈을 조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흥행 실패' 꼬리표는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업들은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 예민하기 마련이다. 금리는 낮게, 물량은 많이 들어오길 원한다. 캡티브 영업은 바로 이러한 기업들의 수요를 이용한 것이다. 발행주관 계약을 따내려는 증권사들은 운용사나 보험사 등 계열사를 동원해 경쟁률을 높이고 낮은 금리로 수요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엔 기업들이 이러한 관행을 악용해 증권사들에 유리한 금리를 받아오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캡티브 영업이 금리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자본시장법상 건전한 시장 거래질서를 위협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이 캡티브 영업 동원 수단으로 보는 건 계열사 뿐만이 아니다.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부서도 있다.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회사채를 만기별로 쪼개 발행하는데 이때 직접 주관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제한을 받지 않고 물량을 떠갈 수 있다. 

금감원이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의 자체적인 수요예측 참여와 이후 처분 과정까지 검사 영역에 포함하겠다는 건 증권사의 내부통제까지 점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본시장법(45조)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는 부서간 중요정보의 정보교류를 차단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와 어떤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고리를 찾아내긴 어렵지만 내부 부서간 고리는 찾기가 더 용이하다"며 "(금감원은) 이 고리가 사라지면 그동안 지원역할을 해준 계열사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저절로 몸사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 착수했음에도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운용 관계자는 "본질은 발행사와 대형 IB간 가격 공모 여부"라며 "채권부서에서는 정보를 주고받고 탐색하는 과정이 일상적인데 이것을 하나하나 파헤치기도 어렵고 수사권이 없어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채권 브로커를 대상으로도 현장 검사에 나선다. 복수의 증권사 랩·신탁 운용부서들은 기관 소유의 신탁계정에서 기업어음(CP)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물량을 서로 비싸게 매입해주며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메꿔주는 관행으로 제재를 받았다. 이때 중개역할을 맡은 브로커들은 증권사의 해당 부서들과 유착해 돌려막기를 지원하고 상당한 수수료와 차익을 벌어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랩·신탁 운용에서 뿐만 아니라 채권 영업에서 일어나는 자전거래나 파킹 거래 등과 연관이 있는지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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